D램 고정거래가격이 3개월여에 걸친 하락세를 접고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대세상승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PC를 비롯한 정보기술(IT) 경기가 본격 회복되지 못한 점을 들어 투기적 세력에 의한 가격 반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어떻게 보든 실수요가 살아나는 계절이 가까워지고 있어 2·4분기의 침체 분위기에서는 벗어난 것이 틀림없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비관적인 견해의 설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가격 상승 배경 D램 고정거래가 인상은 지난 3월말 이후 3개월여만의 일로 D램 경기가 상승흐름을 타기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D램 고정거래가는 작년 12월 이후 7차례에 걸친 연속인상으로 3월초 1백28메가 SD램을 기준으로 개당 5달러를 돌파했었다. 그뒤 3월말부터 다시 6∼7차례에 걸쳐 하락행진을 이어가면서 지난달 말에는 개당 3달러 밑으로까지 내려갔다. 이번 인상은 대형 PC업체들의 물량확보와 함께 일부 투기적인 세력들의 사재기,제조업체들의 생산차질 등이 겹쳐 발생한 수급 불균형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새로운 주력으로 떠오른 DDR가 SD램을 급속하게 교체하면서 공급부족과 수요급팽창현상이 발생, 고정거래가 인상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PC업체들은 올 하반기 본격적인 PC 수요 회복에 대비,D램 물량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언론들은 휴렛팩커드(HP)가 삼성전자에 2백56메가 DDR를 대량으로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대형 PC업체들은 2·4분기중 재고를 상당부분 정리하고 하반기 신학기 시즌과 연말수요 등에 대비해 물량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시장에서 PC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미국 시장도 9월초 신학기부터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아무리 시황이 나쁘더라도 계절적인 수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여기에다 D램업계 2위인 마이크론이 2백56메가DDR 생산에서 차질을 빚는 등 물량공급이 원활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용량을 기준으로 한 수요는 50%가량 늘고 있다"고 밝히면서 "최근 1년6개월동안 공장이 신설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요가 약간만 늘어도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점을 미리 내다보고 일부 투기세력이 가세해 시황이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일부 중간상들은 현물시장에서 사고팔기를 반복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망 투기적 세력이 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시장이 오름세를 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투기적인 세력이 끼어 있기 때문에 다소 오르고 내림이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임홍빈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PC 등 IT업계의 경기호전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중장기적인 요소와는 별개로 개별업체의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DDR 공급부족과 생산증가지체 등을 감안해 3·4분기 말과 4·4분기 초까지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 경기의 불안정성과 PC업계의 반발,D램 업계 내부구조조정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 D램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느려지면서 'V자형(가파른 회복)'보다는 'U자형(완만한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는 않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