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이 금지된 성장 호르몬에 오염된 식품과가축 사료로 인한 파문으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추진중인 농정개혁안을 둘러싼 회원국 간의 갈등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나테 퀴나스트 독일 농업장관은 15일 사용이 금지된 성장호르몬이 지난 2년동안 식품원료와 사료 등으로 유럽 각국에 판매됐으나 당국에 한 차례도 적발되지 않은 것은 EU의 식품안전 및 농업정책에 구조적 문제점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퀴나스트 장관은 "주부의 입장에서 볼 때 EU집행위가 제시한 식품안전 및 농정개혁안은 충분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고 프랑크 푸르터 알게마이너는 보도했다. 그는 이어 EU는 사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의 허가목록을 제시하는 것에서더 나아가 오는 2006년 실시할 예정인 동물 사료 항생제 첨가 전면금지를 조기실시하고 식품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퀴나스트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성장호르몬 파동'을 계기로 시민 여론을 등에 업고 EU 집행위가 내놓은 공동농업정책(CAP) 개혁안을 지지하는 독일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집행위 안에 따르면 EU 농가들은 앞으로는 쇠고기와 곡물 등 주요 농산물의 생산량이 아닌 환경과 식품 안전도, 복지수준 등에 맞춰 보조금을 차등 지급받게 되며농가당 직접 보조금이 연간 30만유로(약 3억6천만원)로 제한된다. EU 농업장관들은 16일부터 브뤼셀에서 개혁안 채택을 논의하고 있으나 EU 내 최대의 농업보조금 수혜국인 프랑스를 비롯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의 반대로 격론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독일과 영국 등은 동구권 국가들의 EU 가입 이전에 농가 직접보조금을 줄이고 식품안전 규제를 강화해야 추후 부담이 줄어든다며 집행위안을 지지하고 있다. 한편 벨기에에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인 소유의 식품원료업체인 바이오랜드는 지난 2년 동안 성장호르몬 MPA에 오염된 시럽을 사람이 먹는 식품 및 가축 사료의 첨가물로 판매해오다 최근 당국에 적발됐다. 문제의 시럽 제조에는 의료용 폐기물에서 추출된 과당(果糖)이 사용됐으며 이과당에 MPA가 함유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독일 일간 타게스 차이퉁은 보도했다. 이 시럽은 독일과 영국 등 유럽 11개 국에 판매돼 가축 사료나 음료수 제조용원료로 사용돼왔으며 MPA에 오염된 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 고기들이 프랑스, 스페인,이탈리아 등에서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