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책임법(PL)이 이달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PL법이 어떤 영향을 끼칠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PL법은 소송에 휘말릴 경우 기업의 존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소홀히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보험에 가입하거나 사내에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PL법 시행에 따른 준비에 나서고 있다. 시행에 들어간 PL법이 중소기업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파장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PL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PL법을 시행한지 10여일이 지났는데도 PL법이 무엇인지를 문의해 오는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있다고 기협중앙회 PL팀 관계자는 말한다. 중기청 기협중앙회 등이 PL법에 대한 홍보에 나서면서 중소기업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다. 기협중앙회에 따르면 PL법에 대한 인지도가 지난 2000년 11월 22.9%에 불과했다. 반면 최근들어선 74.5%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부품.운송장비(82.7%),전기.전자.통신(81.5%),화학제품(80.8%) 등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에서 특히 높은 인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기협중앙회 이재범 PL팀장은 "이제 상당수의 중소기업이 PL법을 인식하고 있으나 대응책을 수립한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들어 중소기업들이 PL전담부서를 만들거나 관련 내용 파악에 들어가는 등 PL법 시행에 따른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PL법 시행에 들어간 7월이후 중소기업들은 PL사고처리담당자를 지정하고 제품회수체제를 구축하며 계약서에 책임분담을 명시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다. 서울 디지털산업단지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이달들어 PL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직원도 3명이나 배치했다"며 "철저한 사내 준비를 통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보험금 부담이 만만치 않아 보험가입은 좀더 생각한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PL법 시행에 따른 안전장치로 기업들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보험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일부에 그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기협중앙회가 7개 손보사와 공동운영하는 PL단체보험 가입현황을 보면 이같은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현재까지 가입한 중소기업은 4백93개사 5백41건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중소기업 2백90만개를 감안할 때 6천개당 1개가 가입한 셈이다. 5인이상 중소제조업체를 기준으로 삼아도 가입업체비율이 1%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높은 보험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현금지출 부담이 크다는 게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하지만 이달들어 기협중앙회가 손보사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단체보험 가입문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PL보험료 부담률은 업종별로 차이가 있다. 기업이 개별로 가입하는 일반보험료가 자동차 트레일러(수출)의 경우 매출액 대비 1.9%나 된다. 기협중앙회를 통한 단체보험료도 1.5%에 이른다. 반월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대표는 "보험에 당연히 가입해야 하는데 보험료가 수억원에 달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기업들이 자금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으면서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