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에서 비롯된 미국기업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다. 22일자 포천 최신호에 따르면 에너지 재벌 엔론을 비롯, 아델피아, 글로벌 크로싱, K마트 등 일반인들이 익히 아는 유명 기업들이 지난 1년간 잇따라 도산했다. 도산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재정문제에 대한 신뢰상실에서 비롯됐다. 특히 통신 업체의 도산이 두드러졌다. 글로벌을 비롯, 플래그, 센추리, 클래리티, 메트로콜, 메트로파이버, M파워, 네트워크 플러스, NTL, 피너클, 리듬스 네트커넥션스, 스타, 스타밴드, 텔레글로브,웨스턴 인테그레이티드, 윌리엄스 커뮤니케이션스, 월드 액세스, XO, 이프스 커뮤니케이션스와 제로 플러스 등이 도산한 통신업체들이다. 전화회사들뿐이 아니다. 식당 체인인 훌리안스가 1월에 파산했고 앵커 글래스는 4월에 파산했다. 버밍햄스틸은 6월, 플로어셰임은 3월에 도산했고 배터리메이커 엑사이드도 4월에 파산했다. 굴리포드 밀스, 카이저 알루미늄, 폴라로이드, 스테이트 라인 카지노, 위스콘신컬러 프레스 등도 파산신청을 했으며 놀랍게도 벨리프네트도 4월에 파산했다. W.L사 최고 경영자(CEO)인 윌버 로스는 "도산기업 수가 엄청나다"면서 "파산신청을 할 때 부채가 1억달러 이상인 기업에 관한 정보를 추적한 결과 작년에 기업들이 2천300억달러 상당의 부채를 안고 파산신청을 해 과거 최고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는 2000년 보다 80% 늘어난 것이며 90년대에 기록된 최고 기록의 11.5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로스씨는 "작년에 대형 기업만해도 이틀에 하나꼴인 172개사가 파산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로스씨는 "올해 이 기록이 깨지지않더라도 곧 깨지게 될 것"이라면서 "올 연말이 되면 2년간 누적치로 5천억달러의부채가 파산신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것이다. 개인부문의 파산은 더 빠르고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청산, 재건, 저소득 지급불능 등에 관한 법조문에 따라 미국인들은 전례없이 백기를 흔들고 있다. 파산거래그룹인 ABI보고에 따르면 올 1.4분기에 파산신청은 과거 최고인 37만9천12건에 달했고 이중 36만9천237건이 개인파산이었다. 파산신청의 97%는 개인인 셈이다. 20년전에는 개인파산의 비중이 80%였다. 이에 따라 개인파산에 관한 법을 강화하라는 주장이 높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견뎌내야 한다. 파산 또는 지급불능의 반대말이 뭔지 모르겠지만-"믿을 수 없는 엄청난 지불능력"쯤이 될까-우리는 지난 수년간 그런 추세를 향유해 왔다. 지금은 시계추가 복수쪽으로 돌아가 파산이 붐을 이루고 있다. 구두회사 중역으로 일했지만 "일생에 한번 있을 좋은 기회"라며 파산법을 공부해 다시 변호사를 해야 겠다는 이웃사람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