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성급한 등급조정으로 채권투자자들로부터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2일 보도했다. FT는 이전에 등급 조정이 너무 느리다는 지적을 받았던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최근 들어서는 너무 성급하게 등급 하향조치를 취하고 있어 채권투자자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채권투자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변화가능성이 높은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만일 한 회사의 투자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되면 주가는 물론 채권 가격이 급락하기 때문에 투자등급과 투자부적격 등급의 차이는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디스는 최근 몇 달간 예상보다 더 공격적인 신용등급 강등으로 채권시장을 놀라게 한 전력이 있다. 이번주 들어 프랑스의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수준으로 강등시켰으며 1~2주 전에는 프랑스의 미디어그룹인 비벤디 유니버설과 프랑스 텔레콤의 등급을 투기등급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RBC 캐피털 마켓의 게오르그 그로드즈키 신용 담당 연구소장은 "무디스는 다른 국제신용평가기관보다 더 빨리 기업들을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시키고자 하는 욕심에 사로 잡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과도한 부채와 매출 악화 가능성이 높은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하긴 했지만 경쟁업체인 무디스보다 덜 가혹한 면을 보였다. S&P는 비벤디 유니버설과 알카텔에 대해 향후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여전히 투자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처럼 신용평가기관이 민감하게 투자등급을 강등하고 있는 것은 엔론 사태 이후 들끓고 있는 기업 회계부정 사태로 신용평가기관의 정당한 조치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풀이했다. 투자자들은 그러나 신용등급은 리스크를 분석하는 믿을만한 수단이어야 하는데 무디스의 최근 신용등급 변화 조치는 점점 더 주가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의 마이크 폴리 유럽 담당 전무이사는 이에 대해 최근의 등급하향은 신용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 다른 조치였다면서 "우리의 등급조정이 더 신속하고 투명성있게 진행되어야 함을 확신한다"고 항변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