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과 KTF의 광고전이 500억원대의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자 비교 광고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과 KTF 사이에 벌어졌던 '세계1위 이동통신 업체' 광고전에 대해, 광고업계 내부에서조차 '비효율적인 논쟁은 기업 이미지를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비교 광고는 적절히 활용하면 2위 업체가 1위 업체를 앞지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며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이전투구로 확대되면 기존에쌓아놓은 브랜드 신뢰도까지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비교 광고의 효시는 지난 88년 파스퇴르 우유의 저온 살균 우유 광고로 알려져 있다. 당시 파스퇴르 우유는 4개월간 주요 일간지에 저온 살균법으로 처리한 자사 우유가 타사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내용의 광고를 실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광고중지 및 사과 광고 명령을 받았다. 이후 90년대 중반 고름 우유 파동까지 유가공업계는 직간접 비교 광고 논란의중심에 있었다. 광고업계는 당시 논란으로 우유 소비가 급감하는 등 유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파스퇴르 우유는 회사 인지도를 높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교 광고를 통해 업계 순위가 바뀐 경우도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 '물논쟁'을 벌였던 맥주업계에서 만년 2위였던 하이트맥주(당시 조선맥주)는 '암반 천연수를 사용한 맥주'라는 광고로 관심을 끌면서 96년부터시장점유율에서 1위 업체인 동양맥주를 앞질렀다.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비교 광고 허용 조치가 나온 뒤로는 여러 업종에걸쳐 비교 광고가 쏟아져 나왔지만, 아직 '제대로' 된 비교 광고는 없다는 게 광고업계의 평가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비교 광고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제품 우위를 바탕으로치밀한 분석을 거쳐 소비자에게 호소해야 한다"며 "그러나 광고주의 요구로 경쟁업체 흠집내기에 불과한 광고를 제작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서울YMCA 열린정보센터 김종남 간사는 "SK텔레콤과 KTF의 다툼은 선의의 경쟁과는 거리가 먼 꼴불견"이라며 "서비스 품질 개선과 가격 인하에 신경써도 모자를 판에 소비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