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고위 관료를 잡아라.' 6.13 지방자치단체 선거 이후 중앙부처 경제관료들의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고 있다. 경제관료를 부(副)단체장(1급)으로 모셔가기 위한 광역자치단체들의 물밑 경쟁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정치인 출신 초선 단체장들은 '삼고초려(三顧草廬)'란 말이 무색할 만큼 '관료 모셔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요 타깃은 경제부처의 국장급 공무원들. 이미 건설교통부 출신인 한현규 청와대 건설교통비서관은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 정무부지사로 변신했다. 이병화 기획예산처 기금정책심의관도 광주시 정무부시장으로 옮겼다. 또 과천 경제부처의 A국장은 지난 한 달간 고향으로부터의 집요한 유혹에 시달렸다. 고향의 광역단체장이 5∼6차례 직접 전화를 걸어 A국장을 설득하고 직속상관인 해당부처 차관에게도 간접적인 압력을 넣었다. A국장은 고민 끝에 고사했지만 지자체에선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않은 것으로 전혀졌다. 지자체가 고위 경제관료를 탐내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경제부처와 연줄을 대고 싶기 때문. 지방자치시대 개막 이후 지자체들은 자립기반을 갖추기 위해 인프라 구축과 크고 작은 수익사업에 손대고 있다. 그러나 기존 지방세와 행정자치부의 지방행정교부금만으로는 재원이 부족해 정부의 예산지원과 해외 투자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때 중앙정부 인맥이 풍부한 경제 관료를 모셔오면 애로를 푸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고 풍부한 행정경험을 살려 지방행정 선진화도 꾀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계산이다. 경제부처들도 1∼2명쯤은 지자체 부단체장으로 내보내길 원하는 분위기다. 국장급이 옷을 벗어주면 그만큼 승진 요인이 생겨 인사적체 해소에 도움이 된다. 민감한 정책현안을 놓고 지자체와 대립할 경우 우호적인 교섭채널을 가동할 수도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하지만 정작 지자체의 러브콜을 받은 경제관료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중앙 공직을 접어야 하는 까닭에 소극적인 경우가 더 많다. 정무직 부단체장 자리는 사실상 직업 공무원을 마감하고 준(準)정치인으로 새출발해야 하므로 부담이 크다. 4년 임기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행정직 부단체장의 경우 직업 공무원 신분은 지속되지만 임기 뒤 친정 부처에서 다시 받아주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정치에 뜻을 둔 일부 경제관료들은 지자체로 옮기는데 적극적이다. 중앙 또는 지방의 정치무대를 겨냥해 지역기반을 다질 수 있는 호기이기 때문이다. 또 중앙부처에서 앞날(승진)이 불투명한 사람들도 내심 지자체의 러브콜을 기대하는 눈치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