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없는 사업장이 있다. 마이스터(대표 오상수)의 경기도 시화공장이 바로 그곳. 마이스터는 자동차 경정비 체인점을 운영하고 자동차 중고부품을 고쳐 파는 리빌딩사업을 주로 한다. 시화공장은 리빌딩공장이다. 시화공장 생산직 근로자는 모두 38명. 평균 나이는 49세다. 50∼60대가 15명으로 전체의 40%다. 20대가 19명, 30대가 4명이다. 40대는 한명도 없다. 50∼60대 근로자 대부분이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30년간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환갑을 넘은 근로자만 4명. 정해진 정년은 없다. 다른 회사 정년 퇴직자를 아예 신입사원으로 고용한다. 마이스터가 정년퇴직자를 과감하게 채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 인력난에 시달릴 때다. 그래서 과감하게 정년퇴직자로 눈을 돌렸다. 스타터 모터 등 고철로 갈 자동차 중고부품을 새 것으로 만드는 일에 이들이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마이스터는 생산 기술 안전관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데려왔다. 수십년의 노하우를 현장에 접목시켜 부진하던 리빌딩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올해 61세인 김상진 직장은 지난 98년 모업체에서 정년퇴직한 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했다. 자동차 부품제조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지만 정년에 걸린 것. 함께 일하자는 마이스터의 제안을 받고 99년 6월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물론 어느 정도 경력은 인정받았다. 김씨는 "오랫동안 쌓은 기술을 그냥 썩힐 때 가슴이 아팠다. 두번째 인생을 사는 것 같아 더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늦은 나이에 회사에 출근하자 더 좋아하는 사람은 부인들. 퇴직 후 집에서 놀면서 술만 마시던 사람이 아침이면 회사로 나가니 좋아하는 건 당연했다. "실업자 생활을 청산하고 첫 출근하는 날 20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아내뿐만 아니라 집안의 경사였다."(이필용.62) 인생의 황혼기에 얻은 소중한 직장이기 때문인지 안전사고가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3백∼4백명의 근로자를 지휘했던 직장과 반장 출신이 대부분이어서 일도 알아서 척척 잘 한다고 최철동 공장장은 자랑했다. 그 결과 99년 14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00년 24억원, 2001년 3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매출목표는 67억원이다. "생산직은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력이 중요하다.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는데 정년이 웬말이냐. 정년제는 재고돼야 한다"고 김형두 반장(55)은 주장한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