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KT 두산중공업과 같은 민영화된 주요 공기업들이 수익성 제고 등 경영지표 호전에도 불구하고 회사 안팎에서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포스코는 유상부 회장의 이름이 '최규선 게이트'에 오르내리며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무색해질 형편이다. KT는 정부 지분은 매각됐지만 대주주로 떠오른 SK측과 관계 문제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로 파업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영화된 3대 공기업이 시련을 딛고 민영화 취지에 맞게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 =포스코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량 기업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이는 별로 없다. 이는 민영화 이전에 광양 제2미니밀 사업과 중국 다롄 ETL 사업 등 국내외 과잉투자사업을 중단하고 민영화와 함께 포스코에너지 포스코휼스 등 출자사들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을 한 결과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또 민영화가 경영권 공백과 국부 유출 초래 등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사외이사를 더 많이 두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우호 주주 확대 정책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비하기도 했다. 2000년, 2001년 2년 연속 국내 13개 전 계열사 흑자 기록이라는 경영실적에서 보듯이 수익성을 중시하는 민간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그러나 최근 유 회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 명성에 상처가 난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공기업의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확대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많다. 유 회장은 이전까지도 정부 고위층의 청탁을 거절하면서 외풍을 차단, 포스코를 일정 궤도에 올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유 회장 후임이 논의될 때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회사 안팎의 관측이다. 결국 정치적 사건이 민영화된 포스코의 성과를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KT =KT는 민영화 이전인 지난 99년 전체 직원의 20%가 넘는 1만2천명을 감원했다. 또 최근까지도 계열사 지분을 대거 처분하면서 민영화의 기초를 닦아 왔다. 아직도 계열사 구조조정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구조조정과 사업 합리화가 정부 지분 매각의 기폭제가 됐다는게 공기업 구조조정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기획예산처의 평가다. 물론 KT의 기술력과 독점적 시장지배력이 SK 삼성 LG 등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지분 매각 과정에서 SK텔레콤은 일반의 예상을 뒤엎는 기습작전으로 KT 지분 11.34%를 취득, '대기업에 의한 황금분할'이라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정부는 SK텔레콤이 정부 정책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적정한 가격, 완전 매각에 집착한 나머지 지배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치밀하지 못한 태도가 혼선을 부채질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두산중공업 =두산이 한국중공업을 인수한 이후 당기순이익은 흑자로 전환됐다. 수주실적도 민영화 이전인 99년 1조6천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3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경영지표 개선이 "구조조정과 핵심사업 강화, 민간 경영기법 도입에 따른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두산중공업은 민영화의 성공적 사례라는 평가도 받아 왔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일어난 두 차례의 파업은 완전한 민영화의 길이 그다지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조와 회사 모두 새로운 파트너를 초반에 길들여야 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공기업의 강한 노조와 합리성을 추구하는 민간경영 기법의 충돌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수렴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용준 기자 jun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