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스티븐 애플톤 회장이 최근 뉴스제공 업체인 EE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하이닉스[00660]반도체 인수협상을 재개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 하이닉스 처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는 지난 4월30일 매각안 부결이후 정부가 거듭 강행의사를 밝혀온 재매각 방침에 대한 `화답(和答)'의 성격이라는 점에서 재협상 쪽으로 무게중심이 급속히 쏠리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대로라면 양쪽이 조만간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러나 채권단.이사회.노조.소액주주간 내연하는 갈등, 6분기 연속 적자에 빠진 마이크론 자체의 위기, D램시장 세대교체에 따른 하이닉스 독자생존 가능성 등으로 재협상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않다. ◆ 재협상 수순밟기(?) = 하이닉스 재인수 의사를 공식화한 애플톤 회장의 발언은 정부.채권단과 마이크론 사이에 충분한 사전 교감(交感)을 거쳐 나왔을 것이라는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양측은 그간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로 이어지는 금융자문사채널을 통해 물밑접촉을 갖고 재협상 추진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왔다는 후문. 따라서 이번 발언도 재협상 쪽으로 분위기를 잡아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이후 새 이사회 구성과 자산실사 등 일련의 행보도 재협상을위한 정지(整地)작업에 가깝다는 관측이다. 특히 새 이사회를 구성하면서 박상호 현CEO 외에 우의제 사외이사를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바로 재협상을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달말 실사를 마무리할 도이체방크와 모건스탠리 등도 중간보고를 통해 매각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절박해진 마이크론 = 그러나 마이크론이 매각안 부결이후 두달이 지난 현시점에서 재인수 추진의사를 적극 표명하고 나선데는 스스로의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3.4분기 2천420만 달러의 적자로 연속 6분기 적자를 기록했고급기야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오른 실정이다. 더욱 큰 문제는 삼성전자[05930]와 인피니온, 대만 난야 등이 앞다퉈 차세대 256메가 DDR 증산과 300㎜ 웨이퍼 투자에 나선 사이, 하이닉스 인수협상을 벌이느라 투자시기를 놓친 것. 특히 DDR분야의 경쟁력이 약한 마이크론으로서는 최근 D램시장이 128메가 SD램에서 256메가 DDR로 세대교체되면서 일찌감치 공급능력을 확보해둔 경쟁업체들과의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마이크론은 최근 가격급등에 따른 과실을 전혀 챙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하이닉스는 자체 블루칩 프로젝트를통해 원가경쟁력을 크게 높이고 신규투자 없이도 D램 생산량을 크게 늘려 최근 D램값 회복에 따른 수익을 톡톡히 챙기고 있다. 결국 마이크론으로서는 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다시 하이닉스 인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마이크론으로서는 악화된수익성을 만회할 특단의 카드로 하이닉스 재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결국 마이크론이 한계를 노출했다는 의미도 된다"고 지적했다. 애플톤 회장의 발언 이면에는 20달러선으로 곤두박질친 주가를 어떤 식으로든지띄워보려는 의도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재협상 서두르는 정부 = 정부의 재매각 의지와 마이크론이 처한 상황으로 볼때 재협상이 가급적 이른 시일내에 착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오는 20일께 도이치방크의 실사결과가 나오고 24일 임시주총이 마무리되는 대로 새이사진을 앞세워 재협상이 개시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아직까지 실사가 진행중이어서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딱 부러진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다만 재협상이 진행된다면 가급적 1∼2개월내에 신속히 매듭짓는다는 복안을 갖고있다. 마이크론 역시 투자전략상 8월말까지는 협상성패 여부가 결론지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9월부터 300㎜ 웨이퍼 투자에 착수해야할입장이어서 조기 협상매듭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재매각 걸림돌 많아 = 그러나 양측이 서둘러 재협상에 착수한다고 하더라도현실적인 장애가 만만치 않다는게 하이닉스 주변의 분석이다. 우선 애플톤 회장이스스로 지적한대로 "채권단과 이사회, 주주의 이해갈등"이 최대 걸림돌이다. 양사 CEO를 중심으로 한 협상팀이 양해각서를 맺더라도 채권단과 이사회 승인을 얻지 못하면 1차협상 때와 같은 전철을 되밟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채권단의 경우 내부갈등이 여전히 첨예하다. 재협상은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제의'하는 형태여서 더 많은 양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채권단 분위기로는 기대난이다. 특히 마이크론측 요구사항의 핵심인 ▲부채탕감 ▲신규지원 분담등 잔존법인 생존방안에 관한 합의는 1차협상때도 거론조차 못했던 대목이다. 소액주주들과 노조의 매각반대는 불보듯 뻔하다. 특히 노조의 경우 반도체 값상승으로 독자생존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점에서 재협상이 시작될 경우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매각조건을 둘러싼 헐값시비도 재연될 공산이 크다. 마이크론측이 1차협상때의양해각서 조건대로 인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주가산정 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오를공산이 크다. 마이크론이 인수대금으로 하이닉스에 지급할 주식이 1억860만주로 양해각서 대로 주당 35달러로 계산한다면 38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마이크론 주가는현재 20달러 수준에 불과해 매각대금이 거의 `반토막'으로 줄어들게 된다. 한 관계자는 "채권단으로서는 1차협상때보다도 훨씬 악화된 조건에서 재협상을 하게되는 셈"이라며 "현상황에서 재매각한다면 순매각대금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지적했다. 또 특정사가 시장지배력을 크게 높이는 상황을 막겠다는 성격이 짙은 미국의 반독점 조사가 진행중인 점도 하이닉스-마이크론 협상에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