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는 등 월드컵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정몽준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의원 스스로 "월드컵 이후에 (대선출마를 비롯한)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밝혀온 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20%를 넘어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4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 참석, "월드컵이 끝났다고 모든게 곧바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마스터플랜을 세워서 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한두달 사이에 나의 입장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8.8 재보선 결과와 민주당 내 권력구도의 변동여부를 살펴본 후 정 의원이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정 의원이 한 번도 '대권 출마'를 명시적으로 부인한 적이 없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이날 포럼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박근혜, 이인제 의원과도 생각이 같으면 같은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만나서 얘기할 것"이라면서 이.박 의원과의 연대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날 포럼에서 베스트셀러 '로마인 이야기'에서 소개된 카이사르의 인생을 사례로 들며 "귀족 명문가 출신이 민중의 편에 서서 정치를 하다가 암살을 당하는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해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몽준 의원이 이날 한경밀레니엄포럼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대선출마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월드컵 이후 대선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고 했는데. "축구와 정치를 함께 생각하는 것을 옳지 않다. 월드컵 대회 유치에서부터 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많은 오해를 받아 왔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아직 FIFA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분열된 FIFA를 단합시키는 일도 남았고 8월 중 아시아연맹 총회를 열어야 한다. 축구와 정치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언제 대선출마 여부를 밝힐 계획인가. "1∼2개월 내 입장이 달라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축구와 관련된 일이 있으니 하는 거지 무슨 마스터플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노무현 후보의 대안으로 거론했는데. "그런 얘기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노 후보가 쓴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란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 독후감도 홈페이지에 올렸다('노무현 후보가 추구하는 정의가 승리하길 바란다'는 내용)."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창당과 관련이 있는가. "황해와 발해만의 환경오염이 심각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무슨 정당을 만들기 위해 환경문제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포럼에서 부자도 진보적이고 서민편에 설 수 있는게 좋다고 강조했는데. "어떤 사람이 부자인가 아닌가가 사고의 구조를 결정하는 데서 자유로울 때 사회가 더 안정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보수와 진보의 개념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북한에 우호적이면 진보고 강경이면 보수라고 하는게 문제다.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싸움하는 것 같지만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강하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