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미국 휴스턴 연방지법. 세계 5대 회계법인인 미국 아더 앤더슨에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죄명은 "분식회계 방조"와 "불법문서 파괴". 엔론 분식회계스캔들이 불거진 지 6개월만에 내려진 이날 판결은 사실상 "주식회사 미국"에 대한 "옐로카드"였다. 분식회계를 감시해야할 회계법인이 오히려 불법을 부추긴듯한 인상을 주면서 월가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다 매킨지를 비롯한 경영컨설팅회사도 고객사들의 잇단 파산으로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앤더슨과 엔론의 불순한 밀월=지난해 12월2일.미국 최대 에너지기업 엔론이 법원에 전격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월가는 물론 세계 금융계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그러나 더 큰 충격은 분식회계의 중심에 아더 앤더슨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앤더슨과 엔론은 '손발이 잘 맞는 단짝'이었다. 엔론은 'LJM'등 설립목적이 불분명한 유령회사와 거래하면서 부채의 주식전환 등의 수법을 통해 15억달러 정도의 이익을 과다계상했고,앤더슨은 이를 적당히 눈감아 줬다. 또 엔론은 분식회계로 투자자들을 현혹,주가를 끌어올렸고 이 과정에서 앤더슨은 짭짤한 수수료를 챙겼다. '불순한 밀월'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 지난달 연방지법 배심원단은 10일간의 심의 끝에 "엔론 외부감사와 관련한 문서를 손상시켜 미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앤더슨에 유죄평결을 내렸다. ◆벼랑끝에 몰린 회계법인과 컨설팅업계=대다수 전문가들은 앤더슨의 파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심원 평결 이후 오는 8월말까지 상장법인 회계감사를 중단하고 있는데다 컨설팅법인도 6천3백만달러를 받고 KPMG에 매각키로 결정,실질적으로 '할 일'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말 이후 머크 텍사코 델타항공 포드 등 '톱10'을 비롯해 2천3백여 고객회사 중 이미 7백여곳이 앤더슨과의 외부감사법인 계약을 해지했다. 더구나 배심원 유죄평결로 고객사들의 '엑소더스'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 분명하다. 엔론 글로벌크로싱 K마트 등 회계스캔들에 휘말린 기업들이 잇달아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이들 업체에 경영컨설팅을 해준 매킨지의 명성도 추락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8일자)에서 "매킨지가 18년동안 엔론에 경영컨설팅을 제공한 대가로 연간 약 1천만달러의 수수료를 챙겼다"며 "엔론 분식회계 수법 중 하나인 '부채의 주식전환'도 1980년대 매킨지에서 처음 도입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분식회계 파문이 확산되면서 해당기업은 물론 회계법인과 경영컨설팅업계도 벼랑끝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