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회사'란 어떤 기업일까.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인가. 근무환경이 깨끗한 업체인가. 아니면 휴가일수가 많은 곳인가. 이에 대해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일단 기업에 취업을 하는 이유는 급여를 받기 위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월급만 많이 준다고 그 회사를 '좋은 회사'라고 단정짓긴 어렵다. 하버드대학의 메이요 교수는 미국 시카고 인근에 있는 웨스턴일렉트릭 호손공장에서 독특한 리서치를 실시했다. 그는 이 회사 생산직 여사원 6명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높은 능률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10년동안 조사해 봤다. 그는 이 여사원팀에 급여를 다른 직원들보다 적게 주기도 하고 다른 작업장보다 어두침침한 곳에서 일하도록 하기도 해봤다. 이런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 팀은 다른 사원들보다 일을 더 잘했다. 메이요는 10년간의 연구 끝에 결국 사원들은 급여 근무환경 휴식시간 등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이들은 이런 조건적인 혜택보다는 오히려 조직의 친밀성 자발성 기대감 등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것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이 호손리서치는 거의 모든 경영학원론에 나오는 얘기다. 그런데도 실제 기업실태를 살펴보면 이 내용을 잊고 경영하는 기업들이 뜻밖에도 많다. 너무나 원론적이어서 간과하는 것인가. 그러나 어떤 조직이든 사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지 않으면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 조직원간의 친밀성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성이 얼마나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지를 월드컵 기간 '붉은 악마'에게서 보지 않았던가. 이런 자발성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조직은 퇴보할 수 밖에 없다. 퇴보하는 기업에 5년 정도 근무하다가 다른 기업에 근무해온 친구를 만나보라. 그동안 얼마나 뒤쳐져 있었는지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반면 발전하는 기업에서 열심히 뛴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값이 부쩍 올라 있음을 알게 된다. 이처럼 조직의 자발성은 회사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한국경제신문은 이번 베스트 컴퍼니 선정에서 조직내의 친밀성이 높은 기업을 '좋은 기업'의 첫번째 조건으로 채택했다. '붉은 악마'들처럼, 호손공장의 여사원들처럼,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발적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을 혁신해 나간 기업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동안 한국기업들은 자발성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자발성이 곧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힘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전국의 응원현장에서 피부로 느꼈다. 이제 이런 힘을 기업경영에 적용하는 기업이야말로 베스트 컴퍼니로 도약할 것이다. 이번 '베스트 컴퍼니 10'에는 한솔포렘 더존디지털웨어 에이스침대 삼우이엠씨 한샘 한국도자기 우진코리아 보루네오가구 디테크 노리넷이 뽑혔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