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교 < KOTRA 사장 > 1등 선진국민에 못지 않을 아니 그 이상의 절제된 품격과 뜨거운 열정을 갖춘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세계인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며 한.일월드컵이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월드컵이 남긴 많은 긍정적 효과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하나는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억눌려 있던 우리 사회의 에너지가 새로운 분출구를 찾았다는 점이다. 이번 월드컵은 지금까지의 우리 경제성장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나아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이끌어 낼 거대한 에너지의 실체를 우리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계인들에게 보여주었다. 앞으로 이 에너지의 흐름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8올림픽에서도 모처럼 모아졌던 이러한 에너지가 방향을 잃은 채 흩어져 버렸고 결국 외환위기로까지 연결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쉽기 그지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 모아진 이른바 '붉은 에너지'를 우리 경제의 선진국 도약을 위한 원동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각자가 1등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일상생활과 업무에 임해야 한다. 생산현장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넘쳐나야 한다. 각 단위조직의 간부들은 조직원들이 월드컵을 구경하고 응원하듯이 우리 특유의 신바람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수출 마케팅을 비롯해 국제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격조 높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 외국인들을 대하고 행동해야 한다. 해외여행객들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세계가 한국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 이제 대한한국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 속의 한국이 되었으며 국내에서의 우리 행동 하나하나도 외국인들의 눈에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비쳐진 우리 모습은 일시적인 '코리아 붐'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 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로 정착되게 되는 것이다. 국가 이미지는 국민 각자의 행동양식의 총화이며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가치는 상품 하나 하나에 대한 평가가 결집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브랜드의 가치를 1% 상승시키기 위해 1억달러의 마케팅 비용을 쏟을 정도로 이미지 개선은 힘겨운 과정이다. 월드컵의 위력 덕분에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5% 이상 개선된 것으로 KOTRA의 최근 조사결과는 보여주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보다 큰 폭으로 개선될 수도 있고 그냥 사라질 거품이 될 수도 있다. 월드컵에서 결집된 국민적 에너지가 우리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국가 이미지 상호간 가치를 높여 주는 상승작용과 선순환으로 연결될 때 한국은 세계기업들이 몰려드는 비즈니스 센터로 수출 5천억달러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해 갈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