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의 대향연은 끝났지만 경제부처들의 발걸음은 더 바빠졌다. 월드컵 효과를 경제적으로 극대화시킬 후속 대책을 짜내기에 분주하기 때문이다. 기대를 뛰어넘은 월드컵의 성공과 한국 축구의 대약진에 세계 각국의 찬사가 쏟아지면서 경제관료들 스스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장.차관 등 간부들이 태극전사가 나선 경기장을 직접 다녀온 부처일수록 더욱 적극적이다. 주요 경기를 직접 관람한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민과 선수들이 일궈낸 월드컵 효과를 이제는 공무원들이 살려나가야 할 때"라며 '경제월드컵 대표선수'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일 유럽 출장길에 나서면서 "런던의 해외투자자 유치행사(IR)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한 한국의 개방성과 적극성을 최대한 홍보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트 월드컵 대책의 하나로 발표된 '한.중.일 축구리그전 추진계획'은 이처럼 공무원들 사이에 일고 있는 '엔돌핀 효과'의 산물이라는 전언이다. 재경부의 한 과장이 그동안 일각에서 떠돈 얘기를 '경기장 활용방안'으로 다듬으면서 공론화됐다는 것. 축구와는 도무지 연관성을 찾기 힘든 금융감독위원회도 나름의 '역할' 찾기에 나섰다. 한 간부는 "여러가지를 검토해 봤으나 마땅한 묘안이 없어 주변에 자문까지 구했다"며 "4강 진입에 공이 큰 모선수의 모친이 사업관계로 신용불량자가 됐다던데 아들을 봐서 구제해 주자는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일약 '뜬' 산업자원부는 표정관리와 함께 후속대책을 통해 상승세를 이어가자는 분위기다. 산자부는 월드컵 개막식을 앞두고 세계적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초청해 국내에 '초기 월드컵 붐'을 조성했던 주무부처. 그 여세를 몰아 4강에 진입한 한국 축구팀의 성가를 활용, '코리아 브랜드' 가치를 한층 끌어올릴 구체적인 후속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산자부는 최근 포스트 월드컵 대책으로 정보통신부가 고화질(HD)TV 육성.보급 방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아무러면 어떠냐"며 느긋한 입장이다. 평소 같으면 "TV산업 발전방안은 산자부 고유 업무"라며 편치 않은 심기를 드러낼만도 하지만 초반 '대세'를 장악한 부처로서의 여유가 배어 있다. 예산에 관한 한 늘 '짠돌이'일 수밖에 없는 기획예산처도 포스트 월드컵 관련 예산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처에서는 지난달 22일 장승우 장관 등 간부들이 스페인과의 8강전 승리의 감격을 광주경기장 현장에서 만끽한 뒤부터 '예산은 될만한 곳에 써야 하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