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는 이미 월드컵 4강 신화에 버금가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최근 해외 기관투자가를 만난 리캐피탈투자자문 이남우 대표는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시장을 아시아지역에서 '특별대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세계 투자자들이 벤치마크(자금배분 기준)로 활용하는 MSCI아시아 지수에서 일본시장을 별도 시장으로 간주하 듯 한국도 이제 'ex korea' 범주에 들어갈 것이란 얘기다. 메릴린치 JP모건 등은 한국증시가 연내에 MCSI이머징마켓(신흥시장)군에서 선진국시장군으로 편입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국제 자본시장에서 한국증시의 위상 변화는 무엇보다 시장규모가 커졌기 때문.지난해 말 MSCI아시아(일본제외)지수에서 한국 비중은 27%에 달했다. 홍콩(20%) 대만(16%)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 국제적인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글로벌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업가치(시가총액)가 일본 소니를 추월하는 이변을 낳을 정도다. 이남우 대표는 "한국시장은 동북아의 조그만 지역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마켓으로 대접받고 있으며 그럴만한 자격도 있다"고 말했다. IMF위기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금융회사는 관치와 부실의 고리를 끊었다. 기업들은 부채경영, 문어발식 확장 등 외형 위주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경영의 키워드로 삼았다. 그 결과 올 1·4분기 상장사 전체 순이익은 사상 최대흑자를 기록한 지난 99년 전체 순이익(8조9천억원)보다 많은 9조9천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부실계열사 편법지원,경영진의 전횡 등 전근대적인 기업지배구조(coporate governance)문제도 크게 해소됐다. 이같은 디스카운트 요인이 사라지자 지난해 하반기 외국인은 '바이 코리아'로 화답했고,증시는 활황으로 보답했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작년 하반기 이후 주가상승은 경기회복 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사라지면서 외국인에 의한 한국증시의 리레이팅(re-rating·재평가)이 일으난 결과"라고 말했다. 물론 증시 리레이팅을 지속·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걸림돌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 매수기반이 너무 취약하다. 최근 국내증시가 '외풍(外風)'영향으로 요동을 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국내기관의 주식보유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15%로 외국인(3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강신우 굿모닝투신 상무는 "국내 주식수요 기반을 확충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기응변적 대책에 머무르지 말고 기관이 주식투자비중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주식투자를 '머니게임'으로 평가절하하는 사회분위기도 바꿔야 한다. 주식투자를 마치 죄악시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는 게 현실이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대표는 "주식투자는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떳떳한 행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개미군단의 지속적인 시장참여는 월드컵에서 12번째 선수로 활약한 붉은 악마(7백만명의 자발적인 응원단)에 버금가는 저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