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컴 스캔들의 불똥이 부시 행정부는 물론 의회로까지 튈 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월드컴의 기부금을 받은 미 여야의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집권당인 공화당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결국 경제 전반에 치유하기 힘든 후유증을 남겨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나오고 있다. 27일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 뉴스인 `워싱턴포스트 닷컴'에 따르면 월드컴이 회계부정사실을 스스로 폭로하기 1주일 전까지도 본사가 있는 미시시피주 지역구 의원들에게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고속 인터넷시장의 이권을 노려 정책입안자들에게 로비를 해온 월드컴은 지난주 부시 대통령까지 나선 공화당의 모금 행사에 10만달러를기부했다. 또 세금감면 및 기타 지원을 바라고 미시시피주의 공화당 하원의원인 찰스 피커링 2세에게 많은 기부금을 줬고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인 트렌트 로트의 이름을 딴미시시피 대학 `트렌트 로트 리더십 연구소'에 100만달러를 출연하기도 했다. 앞서 문제가 된 다른 기업들처럼 월드컴도 공화.민주 양당 정치인들에게 고루접근해 양다리를 걸치고 돈을 마구 뿌려 권력의 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에너지 대기업 엔론 스캔들에서 보듯 월드컴의 부적절한 회계관행은 의회에까지 광범위한 파급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 사태의 흐름이 심상치 않자 의회의 중진의원들은 26일 사상최대규모로 추정되는월드컴 회계부정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기업 회계부정 단속법률의 입법을 서두르라고 촉구했다. 월드컴이 엔론처럼 권력에 기대는 행태를 보였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회계부정사실을 스스로 폭로하기 전 회사의 고위 관계자들이 부시 행정부에 전화 로비를 하지 않았고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지원사격' 요청도 없었다. 또 엔론의 케네스 레이 전 회장 처럼 백악관 고위관리들과 긴밀한 유대를 가진 고위 임원들도 없다. 그럼에도 의회가 조금씩 시끄러워지고 있다. 하원 에너지.상무 위원회의 `빌리'토진 위원장(공화.루이지애나주)은 월드컴 스캔들이 "섬뜩하게도 엔론에서 일어난회계조작과 흡사하다"며 공개청문회 소집 방침을 발표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인토머스 대슐(사우스 다코타주)은 회계기준 개혁입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월드컴의 몰락은 투자가들, 특히 관련주식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에게는 수백만달러의 손해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공직자 재산등록 현황을 보면 상원 상무위 소속인 존 브록스 의원(민주.루이지애나)과 존 에드워즈 의원(민주.노스 캐롤라이나)은 각각 1만5천달러 상당의 월드컴 주식을 갖고 있다. 하원 에너지.상무 위원회의 존 딩얼 의원(민주.미시간)과 로이스 캡스 의원(민주.캘리포니아)도 같은 처지에 몰렸다. 그러나 샘 브라운백(공화.캔사스) 등 몇몇 의원은 스캔들이 표면화되기 전에 `손을 털어' 손해를 모면했다. 부시 행정부안에서 월드컴 스캔들로 가장 곤혹해하는 곳은 회계조작 조사 주무부처인 법무부다. 존 애슈크로포트 법무장관은 취임 직전 상원 선거운동 자금으로 1만달러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26일 공화당 의원들이 기업의 배임행위를 방조하고 있다며 월드컴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몰아붙이기로 하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했다.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 리처드 게파트 의원(미주리)은 공화당이 추구해온 기업에 대한 규제 및 감시 완화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은 민주당도 기업들의 기부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조국 수호' `테러전 승리'와 함께 경제문제가 미유권자의 큰 관심사로 부각돼 있는 만큼 잇따른 기업 스캔들이 증시침체를 불러 결국 중간선거에 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까 내심 긴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지체없이 기업 회계부정 척결의지를 천명하고 나선 것도 공화당을 월드컴 스캔들의 영향권으로부터 가급적 멀리 벗어나게 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