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한때 회복할 기미를 보였던 미국 경기가 다시 악화될 조짐을 나타내면서 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불안해짐에 따라 업계는 하반기사업운용계획의 포인트를 `보수'와 `안정'으로 잡거나 월드컵으로 들떴던 분위기를다잡는 등 대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율하락의 경우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지만 다시 한번 크게 흔들리고 있는 미국 경기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원화가치 급상승으로 항공업계 등에서는 반사이익이 예상되고 있는 반면중국과 경쟁이 심한 경공업 제품이 채산성 악화 및 경쟁력 약화 위기에 직면한 것을비롯해 수출업종의 경우 시장유지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겹친 악재에 산업계 초비상=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은 올해 경영계획을 잡을 때 환율을 1천150원으로 산정했기 때문에 환율급락에도 불구하고 아직 큰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 급락으로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실적 수치가 다소 줄어들수 있으나 주요 경쟁상대인 일본 엔화 환율이 동반하락함에 따라 세계시장의 제품가격경쟁에서 별 문제가 없는데다 80% 가량이 미국이나 일본에서 도입되는 반도체설비의 수입가격이 줄어들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공정 개선이나 부품 축소 등을 통한 원가절감과 구매시스템 혁신 등원가구조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 환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SK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경기여건이 근시일내에 완치되기는 어렵다고 판단, 하반기 기업운영을 '안정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특히 경영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각 계열사 별로 추진중인 자산매각 및각종 경비절감 방안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지만 투자의 경우 타이밍 산업의 특성을고려해 계획대로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SK 관계자는 "환율은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권의 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어느수준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수출 상품의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원가절감,생산성 향상 등의 노력을 전개해 나가고 각사별로 추진중인 운영 개선(OperationalImprovement) 사업을 중요한 전략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LG전자[66570]는 이미 달러화 환율변동에 대비한 위험 회피용 헤지거래 비중이30%를 웃돌고 있어 환율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향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시로 환율동향을 점검, 사업계획에 반영해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수출산업 불안, 내수산업 여유 = 환율하락은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내수상황이 괜찮은 업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올해 연평균 환율 예상치를 1천150원으로 낮게 책정, 1.4분기 순이익(5천866억원) 가운데 1천200여억원을 환차익으로 챙겼으나 환율이 3월말보다 100원 이상 떨어져 1.4분기 해외매출분을 원화로 환산하면 3월말 2조7천688억원에서 현재 2조5천600억원으로 2천88억원 줄어든다"면서 "원화가 달러당 100원 떨어지면 수출부문에서의 매출이 2천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지난달 4만5천162대를 북미시장에 수출했는데 1.4분기 때보다800억원 가량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해 해외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있지만 일본차와의 가격경쟁에서 그만큼 불리해지는 점을 감안해 고심중이며, 유럽시장 수출비중 확대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화섬업계의 경우 환율이 현재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의류용의 경우 중국에, 나일론 및 폴리에스테르는 대만에, 스펀덱스와 산업자재부문은미국 등 선진국에 각각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효성은 환율의 추가하락에 대비해 차입금 축소를 통한 재무구조 건전화를 기하고 차별화 제품의 비중을 크게 확대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코오롱도 기업 역량을 수익사업, 핵심육성사업, 미래사업 등으로 나눠 적절히배분하고 핵심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외부환경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형태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SK글로벌은 특히 미국에 대한 의류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조선업계의 경우 수출물량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환율 하락으로 매출과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겠지만 환리스크 관리를 해오고 있는 만큼 큰 영향은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선박 발주가 뜸해짐에 따라 하반기 수주활동이 다소 위축될것으로 분석하고 선박보다는 경기변동의 영향이 덜한 해양설비 분야 수주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에서는 환율하락의 경우 철강재 판매의 75%를 내수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우려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반응이며 원화강세로 철강 원재료 수입액과 외화부채 이자부담이 줄어들어 이익폭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시장 경기가 회복하지 못한채 장기침체에 들어설 경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국제 철강가격이 다시 하락하고 미국의 철강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강화돼 대미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미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내수의존도가 높은데다 사별로 환 리스크를 관리중이어서 전반적인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현대건설의 경우 환율하락으로 2억5천만달러에 달하는 차입금의 원리금상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항공업계의 경우 미국 경기의 악화로 미주지역 항공수요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항공유가가 비교적 안정되고 원화가치가 상승한 상태에서 7-8월에 해외여행자가 늘면서 전반적인 항공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계획상 환율을 보수적으로 잡은 대한항공은 현재 외화부채가 20억달러임을감안할 때 원화가치가 10원 상승하면 200억원의 수지개선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리.환율.유가 등 3대 리스크에 대해 집중 관리중인 만큼 환율하락과 미국경기 침체 등이 경영환경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