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회수 및 상환 문제는 지난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속출한 부실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회생을 위해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국가경제의 핵심 현안으로 잉태됐다. 다만 당시에는 부실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조기 정리가 당장의 현안이었던 탓에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처음 조성한 것은 98년. 제일.서울은행 등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1백18조원을 정리하는데 필요한 64조원을 1차로 마련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대우그룹 등의 대형 부도가 뒤를 잇자 2000년 40조원을 추가로 조성하면서 엄청난 공자금 투입에 대한 뒷감당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해 나라살림의 1.5배에 달하는 공적자금 상환 문제가 좀더 구체적으로 부각된 것은 지난해 9월 정기국회에서였다. 정부는 당시 4조5천억원 규모의 예금보험공사 발행채권(예보채) 상환 동의안을 국회에 상정했으나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집행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향후 회수대책까지 제시하라"며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차환발행이 시급했던 정부는 당시 국회 협조를 요구하면서 "2002년 6월 말까지 공적자금의 효과와 회수현황, 상환방법 등에 대해 종합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한번 정부를 다급하게 만든 것은 지난해 11월 말 발표된 감사원의 공적자금 특감결과였다. 국정조사를 의식한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감사원 특감을 수용해 국정조사 요구를 피했지만 특감결과는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회사와 부실기업 종사자들의 재산도피 등 도덕적 해이가 극심하다"는 특감 결과에 따라 금융회사에서만 5천4백명 이상의 임직원이 문책을 받고 소송까지 당했다. 그러나 빼돌려진 재산은 아직까지도 되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공적자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계속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다보니 야당은 올들어서도 "앞서 발행한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 달라"는 재정경제부의 요구를 거듭 거부했다. 이 때문에 3월에는 예보가 보유현금을 동원,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가까스로 막아야 했다. 이달 말 만기가 돼오는 3천6백60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해서도 국회는 차환 발행 동의를 하지 않고 있다. 자칫 예보의 금고가 바닥날 지경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지난 4월 민간 금융전문가까지 동원하는 특별팀을 구성해 종합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