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잇단 회계부정 스캔들로 기업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는 있으나 새로운 기업회계 풍토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따라서 당분간 유사한 케이스가 계속 표면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26일 전망했다. 이들은 이번에 터진 월드컴 회계조작 파문도 지난 90년대의 하이테크 열풍에 뿌리를 두고 있음이 드러났음을 상기시키면서 당시의 '한탕주의' 매력이 많은 경영자로 하여금 편법 회계의 유혹에 무너지도록 만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델라웨어대학 기업경영센터의 찰스 엘슨 소장은 "회계부정 스캔들은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그간의 기업 관행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시정돼 새로운 풍토가 정착되기까지 또다른 문제점들이 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트너사의 켄 맥기 연구원도 "과거의 흥청망청함에 대한 대가를 지금 치르는 것"이라면서 "기업회계 스캔들이 아직은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엔론을 시작으로 표면화된 기업회계 스캔들이 그간 거의 한 달에 한 건 꼴로 촉발됐다면서 그 형태도 장부 조작에서부터 내부자 거래와 세금 포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90년대의 하이테크 열풍을 경험한 경영자들이 그들이 부여받은 스톡옵션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싶은 유혹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이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층의 이같은 과욕에도 불구하고 회계감사 인력과 경영감독위 인사들이 경영실적을 평가하는 시간이 1년에 고작해야 몇십 시간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문제점이 노출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일반 대중이 이런 전문적인 작업에 대한 노하우를 갖기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업들이 회계부정 스캔들의 대가를 지켜보면서 새 환경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에 머지않아 이런 관행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다트머스대학 경영대학원의 폴 다노스 원장은 "향후 2년 안에 기업들이 아주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하게될 것으로 본다"면서 "회계감사 인력이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도 이런 변화에 결국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지아주 케네소주립대학 기업경영연구소의 폴 래피더스 소장은 "선구자가 나타나 회계관행 혁명을 본격적으로 주도하기 전까지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투명한 기업회계 관행이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엔론건에서 월드컴 스캔들까지로 이어지는 기업회계 부정을 지켜보면서 불신이 크게 늘어난 상태라면서 따라서 "이런 불신이 걷히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카고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