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제조물책임(PL) 대응 전략은 상당히 복합적이다. 한 대의 자동차를 만드는데 수천개의 부품이 들어가고 수백여개의 협력업체들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개발-생산-판매-정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분쟁이나 소비자들의 불만과도 마주쳐야 한다. 하지만 자동차가 고가 소비재인 데다 목숨을 잃는 대형사고도 드물지 않다는 점에서 PL 대응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처지다. 우리나라보다 PL 법령 도입이 빠른 미국 등지에서도 유명 메이커들이 관련 소송으로 곤욕을 치르곤 했다. 지난 93년 신호 대기 중이던 제너럴모터스(GM)의 말리부 승용차를 음주운전 트럭이 뒤에서 들이받아 연료탱크가 폭발, 차에 타고 있던 6명이 중화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부상자들은 GM을 상대로 "GM 고위층은 말리부가 후방 충돌에 약하게 설계됐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고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GM에 1억7백만달러의 배상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 포드는 몇년 전 캘리포니아주에서 앞차를 들이받은 핀토의 가솔린탱크가 폭발해 운전자가 숨지는 사건으로 1억2천5백만달러라는 징벌적 배상금을 물었다. 배상금은 핀토 한 대를 회수해 안전대책을 강구하는데 드는 비용에 시장에 출하된 핀토 승용차 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됐다. 현대차도 지난 80년대 미국시장에 진출하면서 PL 대응에 나섰다. PL 관련 조직을 보강하고 주기적인 PL 교육과 세미나 등을 통해 PL 마인드를 고취시켜 신제품 설계단계부터 조직적인 PL 예방활동을 벌여 왔다. 그 결과 미국시장에서 PL에 대해 성공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은 최고경영자의 제품안전에 대한 경영방침이 확고해 모든 제품의 설계단계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걸쳐 예상되는 PL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하는 예방활동을 전부서에서 실시하고 있다. 기술개발 부문과 생산부문에서 철저한 PL 대응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차는 특히 신차개발시 PL 체크리스트를 별도로 작성,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설계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특히 차량에 적용되는 안전관련 사항은 주요 개발 단계에서 신기술 신공법 신법규 등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검토가 이뤄지며 다양한 충돌시험을 통해 제조상 발생할 수 있는 결함을 확인한다. 생산부문에 대한 PL 대응책은 협력업체에 대한 관리와 병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완성차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각종 충돌시험을 통해 제조상 발생할 수 있는 결함을 확인하고 양산 중인 차량에 대해서도 매년 안전관련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PL 예방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이같은 테스트와 교육을 확대 실시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차는 또 지난해 말 가동한 사내 분쟁처리위원회를 통해 고객 불만사항에 조기 대응, 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