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 탈출을 모색하던 일본 경제가 미국발 악재로 다시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일본 언론들은 23일 연일 계속되고 있는 미 주가 폭락과 달러화 하락이 얼마 전정부가 경기 저점 선언을 한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정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미국발 악재가 계속될 경우 이제 막 바닥을 친 일본 경기가 다시 침체 국면으로 주저앉을 것이라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 주가와 달러화 폭락이 일본 주가 하락 등으로 이어질 경우 일본 정부가 그려온 경기 회복 시나리오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급격한 엔고(高)는 주로 자동차 등의 수출 증가 덕택에 바닥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국내 경기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자민당내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3차 디플레이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의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의 주가가 앞으로도 더 하락, 다우 지수의 경우 9천선이 붕괴되고 나스닥은 `9.11'테러 이후의 최저치(1,423.19)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21일의 미 주가 폭락 여파가 당장 이번 주 도쿄 증시에도 그대로 파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닛케이 평균 주가 1만선, 도쿄 주가 지수(TOPIX) 1천선의 재붕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엔고를 저지하기 위한 일본의 외환 시장 개입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엔고가 계속될 경우 수출 감소로 경기가 다시 주저앉을 것을 우려, 달러당 123엔을 전후해 달러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시장 개입을 단행해 왔다. 그러나 일본 혼자만으로는 달러화 하락을 저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이같은 시장 개입이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21일 뉴욕 외환 시장에서 엔화가 한때 달러당 120엔대까지 급등했던 주된 배경도 시오카와 마사주로(鹽川正十郞) 일본 재무상의 `시장 개입 한계' 발언 때문이었다. 미국발 악재가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면서 26일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주요국 정상 회담이 달러화 하락 등에 대해 어떤 처방을 내릴 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