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버뮤다행 러시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 버뮤다는 기업들이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 '조세천국'.때문에 연방 법인세를 내지 않으려는 세계 각국 수천개의 기업들이 이곳에 서류상의 본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GE와 함께 미국 양대 재벌급 회사 중 하나인 타이코인터내셔널의 데니스 코즐로우스키 회장이 지난달 탈세혐의로 물러난 '사건'은 기업들의 버뮤다행 발목을 잡기에 충분했다. 코즐로우스키 회장은 1997년 서류상의 본점을 버뮤다로 옮기면서 연간 최소 4억5천만달러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불분명한 회계처리로 주가가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버뮤다의 법률은 주주권 보호가 약하다는 게 그 이유다. 최근 버뮤다로 본사를 옮기려던 텍사스 휴스턴 소재 정유회사인 네이버스도 "주주들의 권한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소액주주들의 소송제기로 이전여부를 최종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미 의회도 세금누수 방지를 위해 버뮤다행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상원의 막스 바우크스(민주·몬태나)와 찰스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의원이 공동발의한 개정안은 기업들의 버뮤다행을 지금보다 25% 정도 줄여 앞으로 10년간 15억달러의 조세회피를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버뮤다행이 세금절약 이외에 국제화시대에 맞지 않을 정도로 점점 복잡해져 가는 미국의 조세규정을 피하려는 목적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