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경제대국 브라질이 흔들리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헤알화 환율이 변동환율제 실시이후 최고수준으로 치솟고, 국가위험지수가 5천 베이스포인트(bp)대인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에 이어 1천580bp로세계 3위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브라질 경기침체와 경제불안은 아르헨티나 경제.금융 위기의 장기화가 외적인요인을 제공 했으나 국내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 공공지출의 부진, 좌파인물의 대선당선 가능성 등 내부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르헨 위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최근 48억달러의 IMF자금 추가인출을 허용, 브라질이 당장 가져다 쓸 수 있는 IMF 자금규모를 100억달러로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했으나 아르헨과 비슷한 위기상황으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국제투자가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아르헨 경제위기는 브라질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미국에 이어 브라질의 제2위 수출대상국인 아르헨티나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50억달러를 기록, 2000년(62억달러)에 비해 20% 감소한데 이어 올들어 지난 4월말 현재 수출액은 전년도 같은기간에 비해 68%나 줄었다. 반대로 아르헨 페소화의 평가절하로 브라질의 아르헨산제품 수입량은 급증세를 보이면서 무역수지를 악화시켰다. 아르헨 경제위기의 여파는 또 브라질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감소현상을 가져와 미국계 은행 등 외국 금융기관들이 채권회수에 나서면서 투자가들의 동요 및금융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들어 심화되고 있는 금융시장의 동요와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 공공지출부진도 경제불안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소비 및 투자 심리 위축의 큰 원인은 오는 10월 대선결과의 불투명에서 찾을 수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야당인 노동당(PT) 소속의 좌파인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후보가 집권 사회민주당(PSDB)의 세하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나타나 당선 가능성이 예상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은 물론 국내 산업계와 금융계도투자를 유보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룰라 다 실바가 당선될 경우 공기업 민영화 등 시장경제 전반에 걸쳐 변화가 올 수 있는 만큼 대선결과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자는 심리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올해가 관례적으로 공공지출이 늘어나는 대선의 해임에도 재정적자 증가 및 세수감소로 정부지출이 부진한 것도 경기침체와 경제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지출예산을 삭감, 공공투자사업이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추세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에 대한 헤알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인플레 압력이 가증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이 때문에 수입상들은 수입을 중단하고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따라서 아르헨 경제위기와 10월 대선결과의 불투명, 소비 및 투자 심리의 위축현상 등이 지속되는 한 브라질 경제는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는게 국제투자가들의 분석이다. 같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회원국인 우루과이의 사정도 나을 바가 전혀 없다. 최대 교역상대국인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로 수출감소와 제조업 침체, 국제수지악화 및 재정적자 확대로 코너에 몰렸던 우루과이 정부는 결국 지난 20일 수출진작및 재정적자 타개책으로 자유변동환율제를 전격 시행했다. 그전까지는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상하 12% 범위내에서 환율을 결정하는 고정변동환율제를 시행했으나 외환보유고 부족에 시달리는 중앙은행이 환율시장에 더이상개입할 여력이 없는데다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르헨티나처럼 자유변동환율제를 선택한 것이다. 우루과이 정부는 또 은행의 건전성 등에 초점을 맞춘 신경제프로그램을 IMF에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15억달러의 추가차관을 요청, IMF 집행부의 승인을 받아놓았다. 어쨌든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 장기화는 브라질과 우루과이 등 각국의 내부사정과 맞물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부정적인 영향을 이들 국가에 주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