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는 다른 부처로부터 '장.차관 사관학교'라는 말을 듣는다. '1급 중의 1급' 예산실장직을 끼고 있는 덕분이다. 역대 예산실장 가운데 현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10대 김정국 실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부처의 차관급 자리를 꿰차고 나갔고, 그 중 상당수는 장관자리에까지 올랐다. 초대 김용한 실장이 과기처 차관을 지낸 것을 비롯해 7대 박청부 실장은 보사부 차관, 9대 이영탁 실장은 교육부 차관을 지냈다. 11대 안병우 실장은 중기특위 위원장을 거쳐 국무조정실장까지 역임했다. 최근에는 장석준씨가 복지부 차관을 지내기도 했다. 장관직까지 오른 예산실장도 상당수다. 2대 조경식 실장은 교통부 차관을 거쳐 환경처 장관, 농수산부 장관을 지냈으며 4대 이진설 실장은 동자부 건설부 차관을 지내고 건설부 장관 자리에 올랐다. 5대 강현욱 실장은 농림부와 환경부 장관을, 8대 이석채 실장은 정보통신부 장관과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예산실장 경력은 없지만 김태현 현 정통부 차관과 김광림 특허청장도 예산처 출신이다. 이처럼 기획예산처가 다른 부처의 장.차관을 배출할 수 있는 것은 예산 업무를 통해 타부처의 상황을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덕분이라는게 예산처측의 설명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