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더 앤더슨을 담은)관에 마지막 못질을 했다.'(전 앤더슨 직원) 엔론사태로 벼랑 끝에 몰렸던 세계 5대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이 15일 배심원단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미국 휴스턴 연방지법 배심원단이 앤더슨에 내린 유죄평결은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신용이 생명인 회계법인이 중범죄에 해당하는 공무집행 방해죄의 유죄평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앤더슨은 또다른 업무분야인 컨설팅부문을 얼마전 KPMG에 매각,이제 할 수 있는 업무는 없게 됐다. ◆왜 몰락했나=엔론스캔들에 휘말린 게 직접적인 이유다. 앤더슨은 엔론 회계장부 파기로 사법적인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아 지난 3월 미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되면서부터 몰락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고객사들의 탈출행렬과 함께 해외 영업망 와해가 시작된 것. 올 들어 2천3백여 고객사중 유나이티드에어라인 중국은행 등 7백85개사가 앤더슨과 결별했다. 한국 안진회계법인 등 제휴관계를 맺어온 해외 회계법인들도 KPMG 언스트&영 등 경쟁 회계법인들과 손을 잡기 시작했다. 앤더슨을 상대로 한 엔론 주주들과 채권단의 소송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번 유죄평결은 이처럼 사면초가에 몰린 앤더슨에 89년 역사의 마침표를 찍게 할 치명타라는 게 관련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몰락의 근본원인은 회계업무와 컨설팅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사업구조에 있었다. 주수입원인 컨설팅료를 더 챙기기 위해 객관성을 잃은 외부감사를 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엔론은 단적인 사례였을 뿐이다. 앤더슨은 선빔과 웨이스매니지먼트 등에 대해서도 부실감사로 손해배상을 하는 등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향후 수순=앤더슨은 이번 유죄평결로 외부감사 업무를 사실상 중단하게 됐다. 앤더슨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오는 8월31일부터 외부감사 업무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죄평결로 고객 이탈이 봇물을 이룰 것이 확실시돼 시장에서 자연스레 퇴출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앤더슨이 현실적으로 취할 수순은 파산이나 청산절차를 밟는 것이다. 그 시기는 휴스턴 연방지법이 최종 선고를 내릴 10월11일 이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