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미국 과학발전협회(AAAS)는 오늘날 시간이 흐를수록 평가가 높아지고 있는 매우 야심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이른바 '프로젝트 2061'.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K-12) 과학ㆍ수학ㆍ기술에 대한 교육을 개혁해 나가겠다는 장기적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가 추진된 1985년은 핼리혜성이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해였다. 그 충격 속에서 당시 미래를 짊어지고 갈 학생들의 과학 수학 기술학습 기피조짐은 위기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정부부처도 아닌 과학자단체였지만 이들은 결코 조급해하지 않았다. 굳이 획기적이라고 할 것도 없는 '기초교육의 개혁운동'으로 눈을 돌렸다. 핼리혜성이 다시 돌아 온다는 '2061'년에서 프로젝트 이름을 딴 것이 말해 주듯 그들은 시작부터 프로젝트의 '장기성(long-term)'을 각오하고 나섰다. 얼마 전 산업자원부가 산업기술인력 대책을 내놓았다. 인력에 관한 한 수요부처라는 자신들까지 나설 수밖에 없을 만큼 심각한 인력문제에 대해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터였으니 관심이 없을 리 없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획기적인 것은 당연히 없었다. 별반 새로울 것도 없었다. 굳이 획기적이라고 한다면 산자부의 기술인력 양성 관련 예산을 내년에 거의 1천% 가까이 증액해 달라는 요구정도였다. 이 때문인지 이번 대책이 '예산로비용 한건주의' 아니냐는 오해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만약 여기에 무게중심이 있었다면 산자부가 생각하는 시간적 스팬(span)은 고작 1년밖에 안되는 셈이다. 하기야 시간적 스팬이 짧다고 산자부만 탓할 일일까. 이공계 위기라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서는 소위 인력공급 관련부처들도 '단기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삼성이 우수학생들의 이공계 진학을 권고하기 위해 전국의 과학고를 대상으로 특강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과학기술비전 순회특강'이다. 기업이 하는 일이고 보면 과학기술의 비전을 제시하는 공익적 측면 외에 삼성의 비전 확산 등 노리는 것이 당연히 있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평가할 만하다. 이들이 나중에 삼성에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하는 시간적 스팬이 몇 년쯤은 된다는 점이다. 기획예산처가 며칠 전 6T 신기술ㆍ신산업 관련예산의 효율화 방안을 제시했다. 부처들이 요구하는 사업예산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원칙을 밝힌 것이다. 여기에는 신기술 인력양성과 인프라구축을 위한 투자를 대폭 확충하고,신기술의 기초ㆍ기반연구에 대한 투자는 확대하되 응용ㆍ개발연구는 과감하게 민간의 역할로 이양하겠다는 것이 포함됐다. 백번이고 지당한 소리다. 호흡이 길고,그래서 정부가 더더욱 나서야 할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한국판 '프로젝트 2061' 같은 사업이 가능하려면 기획예산처부터가 그런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