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중남미 경제에 월드컵 비상이 걸렸다. 월드컵 열기가 날로 고조되면서 이들 지역의 생산성이 눈에 띄게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에 열광적인 유럽 및 중남미와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간의 시차가 큰 게 그 첫번째 이유다. 대부분의 경기가 이른 새벽(중남미)이나 업무시간중(유럽) 열려 결근 및 조퇴사례가 속출하고 업무집중도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 '죽음의 조'로 불리는 F조에서 동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영국이 결승전까지 가게 되면 생산성 저하에 따른 경제 손실규모는 최고 50억달러(6조1천3백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바클레이카드사의 예측이다. 실제로 지난 7일(낮 12시30분~오후 2시30분) 벌어진 영국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시청률이 86.2%에 달했으며,런던의 경우 20% 정도가 결근 또는 조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조 1위인 독일은 월드컵 기간중 기업들이 10억유로(1조1천5백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TV 중계시간이 오전 6시30∼8시30분과 오후 1∼3시로 근무시간에 집중돼 있어 그렇다. 이에 따라 월드컵에 참여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10개국의 경우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당초 예상보다 0.3∼0.7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남미 경제도 '월드컵 복병'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멕시코 등의 TV 생중계 시간대가 오전 2시30분~9시에 몰려 있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물론 월드컵 시청을 위해 TV 맥주 스낵류 등의 구입이 급증하면서 유통업을 비롯한 일부 업종은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럽 및 중남미 기업들은 생산성 저하로 인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다.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글로벌경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드컵 시청이 기업 생산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며 "특히 아르헨티나의 경우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경제난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