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teamwork)은 우리 축구 대표팀의 자랑거리다. 해외 프로팀에서 활동해온 일부 선수를 빼고는 대부분이 히딩크 취임 초기부터 호흡을 맞춰왔다. 선수들은 때론 머리 뒤에 눈이 달린 듯 상대가 전혀 예상 못할 공격 패스를 만들어낸다. 상대 공격수가 공을 잡으면 앞뒤 좌우에서 순식간에 에워싸 공을 빼앗아간다. 패스 미스를 잇달아 범하거나 서로 미루다 상대방 스타 공격수에게 무방비 찬스를 내주는 일은 이제 구경하기 어렵다. 11명 선수들이 마치 한 사람처럼 움직이게 된 결과다. 기업에서 팀워크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고 시장이 변덕스러워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혼자 해낼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격화된 것도 또 다른 까닭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최강팀'을 만들어내는 것이 급변하는 기술과 시장을 따라잡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 된 것이다. 축구라고 다를 바 없다. 세계적 스타들의 개인 기량은 몸값보다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고,우승후보 아닌 팀이 없을 정도로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팀워크에 바탕을 둔 조직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된지 오래다. 히딩크는 이 필수과제를 특유의 단호함으로 완수했다. 조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에 대해 그는 단호했다. 홍콩 칼스버그대회 때 중앙선까지 몰고나가는 '튀는' 행동을 하다 실점할 뻔한 골키퍼 김병지를 곧바로 교체해버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골을 넣어도,반대로 골을 먹어도 어느 한 사람만을 들어 칭찬하거나 꼬집어 탓하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경기장에서 쓰는 말을 갖고도 문제를 삼을 정도였다. 그는 "나이가 의사소통을 방해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며 "후배가 선배에게 형이라 부르고 존대말을 쓰면서 어떻게 지시를 할 수 있겠느냐"고 다그쳤다. 팀워크는 그러나 그저 오래 같이 붙어 있었다고,또 감독이 몇가지 지시를 내렸다고 길러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고경영자 혹은 리더가 시스템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팀워크는 만들어질 수 없다. 히딩크는 팀워크가 자라날 수 있는 바탕을 시스템화했다는 점에서 경영자적 자질을 드러냈다. 팀워크를 이루는 가치 중 경영연구가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은 바로 '팀원들간의 신뢰'다. 히딩크는 이를 공정한 선수 선발이라는 원칙으로 이뤄냈다. 그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 문제의 하나로 지적돼온 특정 '명문 출신 우대'라는 관행을 걷어찼다. 팬들에게 이름 높은 스타급 선수도 기량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특히 팀워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미련없이 탈락시켰다. 선수들은 자신이 선발된 이유와 똑 같은 이유로 뽑힌 동료들을 '굳게' 믿을 수 있었다. 서로를 믿는 게 스스로를 믿는 것과 같다는 점을 알게 됐다는 얘기다. 선수들에게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의 가치를 깨우치게 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공격수도 수비를 하라'는 그의 지시 속에는 단지 수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만 있는 게 아니었다. '너는 수비,나는 공격'이라는 잘못된 구별을 버리는 게 1차 목적이요,서로 도와 프로젝트를 완수할 때 속도도 빠르고 성과도 낫다는 사실을 실제로 경험토록 한 것이 2차 목적이었다. 한국팀에선 그래서 '골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공격수를 찾기 어렵게 됐다. 시장경제 원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격심한 팀내 경쟁환경을 만든 것도 팀워크 배양에 적잖은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서로 선의를 갖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은 △리더십 △의사전달 △신뢰쌓기 △갈등관리 등 팀워크 제고에 필수적인 각종 기술들을 기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는 부상을 당할 수 있지만 팀워크는 상처를 입지 않는다. 역경 속에서 팀워크는 더욱 공고해진다. 흥이 날 때 팀워크는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 팀이 그런 팀워크로 뭉쳐 있으니 얼마나 기쁜가. '신뢰'와 '공정'을 키워드로 한 히딩크의 리더십이 그 밑바탕에 있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