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지켜보는 여행사들은 '속타는' 여름을 맞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 처음 진출한 중국의 조별 경기가 국내에서 열리고 있지만 중국인관광객 수는 당초 예상에 훨씬 못미치는 데다, 씀씀이가 큰 일본인 관광객 역시 예년 수준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월드컵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해외로 나가려는 국내 여행객 역시 줄고 있다. 중국 전문 여행사인 K여행사는 중국전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13일까지 5천∼6천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잡았으나 4일 현재 실제 예약 관광객은 2천800여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중국 전문 여행사인 C여행사 역시 당초 이 기간에 7천∼8천명 정도의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계획했으나 예약 인원은 1천400여명에 불과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경기가 남았지만 비자 발급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파룬궁 문제 등으로 중국 국내 상황도 좋지 않아 사실상 모객은 끝났다"고 말했다. 일본 전문 여행사들 역시 속을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일본에서도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점을 감안해 상품 발매를 중단했다가 최근 일본전 이후로 일정을잡아 상품을 내놓은 업체들이 많다. S여행사는 이달말까지 4천500명 정도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3분의 1수준인 1천400여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 유치는 5월부터 사실상 거의 중단된 상태"라며 "여행사들은 월드컵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국인 해외여행 예약도 월드컵 열기에 밀려 저조한 상태다. H여행사 관계자는 "해외 여행객 수는 매월 전년 동기 대비 40~50%의 성장세를기록했으나 월드컵 기간에는 15%대로 낮아질 전망"이라며 "배낭여행 상품이나 휴가시즌에 판매하던 동남아 패키지 상품을 앞당겨 내놓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