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운이 좋았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모두들 기쁜마음으로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점친다.

우리는 월드컵 첫승,그리고 16강의 희망이 무엇인가의 결실임을 안다.

그 비결은 연구되고 전파되고 공유돼야 한다.

이왕이면 기업과 조직에 쓸모있는 것을 찾으면 좋지 않을까.

거스 히딩크 감독의 '한국 함대' 경영 방식을 5회에 걸쳐 분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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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전에서 논스톱 슛 한 방으로 월드컵 한(恨)을 푼 노장 황선홍이 달려간 곳은 벤치였다.

거기엔 끓어 오르는 흥분을 애써 삭이며 히딩크 감독이 서 있었다.

최고참 선수라도 골을 넣고 난 다음에는 마치 부모를 찾듯 감독에게 달려간다.

왜일까.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이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 풀이한다.

"당신이 믿고 맡겨준 내가 해냈소!"

감독과 리더는 분명 다르다.

감독은 직위로,힘으로 부하를 통솔한다.

기술이나 실력이 뛰어난 상사는 일로써 부하들을 통제한다.

그는 그러나 자리나 직위나 힘이나 일로써 선수들을 장악하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에게 감독이자 상사이자 보스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 리더로 형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선수들은 그를 인정하고 그에게 인정받고싶어했다.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믿음으로 뭉쳐 있다.

분명한 비전이 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치고 그 자신감이 결국 일을 낸 것 아닌가.

많은 이들이 그의 선진 축구 '경험'이 5백여일만에 기적같은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믿는다.

그러나 경험은 소중한 자산일지언정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심축은 되지 못한다.

히딩크는 리더 중심으로 똘똘 뭉칠 수 있는 조직으로 한국 대표팀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의 발언,행태 등을 보면 그는 리더십의 필요충분 조건들을 천부적으로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피터 드러커,게리 윌스 등 리더십 연구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공동의 목표 ▲자발적인 추종자 ▲대의명분 있는 가치관 ▲신뢰성 및 책임감 ▲공평무사의 태도 등이 그것이다.

◇공동의 목표=히딩크는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가 부임할 때 한국팀엔 역사적 사명과도 같은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

바로 월드컵 첫승과 16강 진출이었다.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목표 아래 팀은 단결했다.

◇자발적인 추종자=히딩크가 천부적으로 갖고 있는 카리스마적 리더십 덕분에 쉽게 확보될 수 있었다.

히딩크는 체력만 보완되면 세계 축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분명한 중기적 목표로 선수들을 '흥분'시켰다.

휴가를 줘도 체력단련실로 향하는 고참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자질을 믿고 부족한 것을 지적해주는 실력파 감독의 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의명분 있는 가치관=히딩크는 애인과 함께 있을 때 사진을 찍거나,인터뷰 도중이라도 경기와 관련 없는 사생활에 관해 물으면 거칠게 반감을 표시했다.

자신의 사생활도 소중히 여기고 선수들의 사생활도 똑 같이 존중했다.

◇신뢰성과 책임감=이 덕목에 관한한 히딩크는 이미 일반팬들에게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프랑스,체코와의 평가전에서 내리 5-0으로 졌을 때도 그는 선수들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질수록 독해질 것"이라며 선수들을 두둔했다.

◇공평무사의 태도=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능력 중심,업적 중심의 평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축구 명문대학 출신이나 팬들에게 검증받은 스타도 그에겐 참고자료였을 뿐이다.

욕을 먹는 것은 잠시,중요한 것은 월드컵 첫승과 16강 진출이라는 대의명분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욕을 먹더라도 남들을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다"고 했던 마이클 조던과 히딩크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4일밤의 '기적'은 그래서 놀랄 일이 전혀 아니다.

감독은 욕 먹더라도 이루려고 하는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었고 선수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리더가 있는 조직이 커가는 논리 그대로 말이다.

(경영전문기자.美와튼스쿨MBA)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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