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이 안좋은 회사를 맡아 안간힘을 써온 미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요즘 좌불안석이다. 사임 또는 은퇴하거나 심지어 해고당하는 CEO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국제전직(轉職)알선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가 3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에만 80명의 CEO가 옷을 벗었다. 지난 4월의 54명에 비해 거의50%가량이나 늘어났다. 금융회사 CEO가 15명이나 그만둔 것으로 나타나 가장 많았고 다음이 기술회사(13명), 닷컴회사(10명) 등의 순이었다. 올들어 지금까지 미국에서 사임, 은퇴, 사망, 해고 등 각종 사유로 회사를 떠난 CEO는 315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10.3년으로 조사됐는데 기간이 이처럼 비교적 긴 것은 오랫동안 봉직해온 CEO들이 사임요구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둔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5.7년이었다. 작년 5월에도 84명의 CEO가 퇴임했는데 챌린저사가 지난 99년 8월에 CEO의 재임현황을 파악하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천620명의 CEO가 그만뒀다. 한편 가장 최근에 그만둔 CEO 가운데 눈에 띄는 사람은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회장이자 CEO였던 데니스 코즐로프스키인데 그는 탈세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개인 신상을 이유로 3일 사임했다. 챌린저의 CEO인 존 챌린저는 "기업회계관행에 대한 조사가 강도높게 이뤄지고 있어서인지 금융분야의 CEO들과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재임한 CEO들이 부쩍 많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의 조사가 더욱 정밀하게 진행될수록 CEO 교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경제회복세에 걸맞은 수익을 내지 못한 CEO들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시카고 UPI=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