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윤리경영을 기업의 존립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으로 취급하고 있다. 대외적인 이미지를 높인다거나 내부의 도덕성을 제고하는 등의 추상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용되면서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이익을 내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인식한다. 삼성전자의 연간 구매규모는 2000년 14조원,지난해 17조원 수준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1천4백여개 업체로부터 다양한 품목을 사들인다. 언제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수시로 윤리경영을 다짐하는 행사를 열어 직원들의 윤리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윤종용 부회장주재로 협력회사협의회인 "협성회"소속 2백10개사 대표와 삼성전자 경영진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구매부문 윤리강령"선포식을 가졌다. 구매과정에서 투명경영 관행을 정착시키고 거래업체와 거래시 일체의 금품제공과 향응을 거부하겠다고 공표했다. 또 지난해 9월 공정거래 자율준수 위원회를 발족시켰으며 11월에는 본사임직원 2백여명을 참석시킨 가운데 "공정거래 자율준수 선포식"을 개최했다. 윤 부회장은 이날 선포식에서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은 기업만이 일등기업이 될 수 있다"며 "공정거래법의 준수는 초일류 경영의 중요한 실천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또 "삼성전자가 공정거래를 자율준수하면 국내 전자업계 나아가 국내업계 전체에 공정거래문화가 정착되고 다양한 개선활동이 이뤄지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윤리경영의 실천을 당부했다. 디지털미디어 총괄부문도 지난해 7월 거래업체 대표들을 초청,"서플라이어즈 데이(협력업체의 날)" 행사를 열고 새로운 협력체제 구축을 다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직원들의 비리에 대해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뇌물수수 등 비리가 적발된 경우에는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즉시 자리를 뺏는다. 일체의 예외가 용납되지 않으며 구명활동조차 금지된다. 직원들이 협력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으면 이는 납품받는 제품의 가격에 반영되고 제품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는 인식이 직원들의 머리에 뿌리깊이 각인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신상필벌이라는 내부의 운영시스템과도 연계돼 있다. 비리를 엄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직원들의 평가시스템이 흐트러져 능력있고 깨끗한 사람이 승진하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불공정한 인사는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도 훼손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지연 혈연 학연을 내세운 거래나 인사청탁 등도 용납하지 않는다. 때로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비리에 엄격하다보니 일반인들의 눈에는 매몰차게 비춰지기도 하지만 삼성의 창업이후 일관되게 유지돼온 경영철학이다. "건전한 기업 윤리와 깨끗한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신기술 개발과 최고 품질의 실현을 위해 한 방향으로 노력할 때 국제사회에서 존경과 신뢰를 받는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삼성전자의 윤리헌장에서 윤리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