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발동으로 촉발된 국제무역분쟁과 농업보조금 증액 등 추가 보호주의 조치들이 새로운 다자무역라운드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분위기를 경색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용(鄭義溶)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는 3일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기구특별회의에서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에 대해 피해 당사국들이 보복조치를 취하는 등 보복의 악순환이 격화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정 대사는 비록 농업보조금 증액 등을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철강 세이프가드에 이어 "보호주의 세력에 대한 양보로 인식되고 있는 비철강분야에서 취해진 2개의 다른 조치들은 현재 진행중인 DDA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일부 외국 언론들이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이 DDA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 적은 있지만 WTO의 공식회의에서 이러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표명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대사는 "이러한 보호주의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DDA 협상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매듭될 수 있을 것인지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한뒤 미국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철강 무역정책을 재고하고 세이프가드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와 함께 다른 회원국에 대해서는 WTO의 근간이 되고 있는 자유무역의 원칙들 단호히 수호하고 DDA 협상의 진전을 가로막는 모든 조치들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제네바 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철강제품에 대한 잠정 세이프가드 조치발동과 관련해 "양자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미국의 세이프가드에 대해 대응조치를 사실상 유보하고 있는 것과는 성격이 다를 수도 있다"고 보복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았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