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기업도 있고 실패하는 기업도 있다. 이 두가지 기업 사이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수없이 많다. 기업인에 따라, 경영학자에 따라 견해가 각각 다르다. 그러나 이 다양한 견해들을 압축하면 딱 두가지로 줄어든다. 다시말해 성공하는 기업은 이 두가지를 가졌고 실패하는 기업은 이 두가지가 모자란다. 첫번째의 성공조건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다. 두번째는 '혁신력(Innovation)'이다. 왼손에는 기업가정신을 거머쥐고 오른손엔 혁신력을 치켜든 기업이라면 틀림없이 강한 기업이 되고 우수한 기업이 된다. 반면 양손에 쓸데없는 고정관념이나 나태함을 가지고 있다면 어김없이 쇠퇴의 길로 들어서고 만다. 그렇다면 기업가정신이란 과연 무엇일까. 올들어 중소형 수표독취기분야에서 국내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윤익씨엔씨의 최윤 회장에게 경쟁이 치열하기로 이름난 금융자동화시장에서 어떻게 선두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는지 묻자 그의 대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한계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최 회장의 이같은 대답은 기업가정신을 잘 나타낸 말이다. 한국경제신문과 중소기업정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청소년 비즈쿨' 교과서에 따르면 "기업가정신이란 도전하는 기업인의 열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최 회장은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이미 지난 시대의 얘기라고 밝힌다. 최선은 누구나 하는 것이고 진정한 기업인이라면 누구든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에도 뛰어들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자기 회사에서 개발한 화상치료제를 임상실험해 보기 위해 자신의 가슴에 불을 붙여 치료해본 게비스의 양진석 사장처럼 가슴 속에 불붙는 열정을 가진 기업인이야말로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인은 단지 열정만으론 성공하지 못한다. 결코 무모해선 안된다. 돈벌이에 대한 뛰어난 감각이 있어야 한다. 앞을 내다보는 판단도 필요하다. 계획을 세워 도전한 뒤 끈기있게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번에 한국경제신문이 뽑은 10개 '일류 도전 기업'은 모두 이런 기업가정신을 가진 업체를 선정했다. 두번째의 성공조건은 혁신력, 즉 이노베이션을 얼마나 가졌느냐 하는 것이다. 이노베이션이란 먼저 스스로가 변화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성공하는 기업은 절대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는다. 변화가 곧 기회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먼저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창조적인 활동을 한다. 그러기 위해선 R&D(연구개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한국에선 적어도 매출액 대비 5% 이상의 돈을 R&D에 투자해야 혁신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한결같이 R&D 투자비중을 혁신력의 기초로 꼽고 있다. 그래서 OECD 중소기업기구는 '오슬로 매뉴얼'이란 선언을 통해 연구개발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을 육성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매뉴얼은 혁신력이 높고 기업가정신이 강한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못박고 있다. 이제 중소기업도 양손에 기업가정신과 혁신력만 갖추면 대기업을 능가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는 최근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통계치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먼저 투자효율부터 살펴보자. 현재 중소기업의 총자본투자효율은 31.6%인데 비해 대기업의 총자본투자효율은 16.6%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대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거의 두배 가량 유리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익성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총자산 경상이익률이 대기업은 0.23%에 불과한데 비해 중소기업은 3.54%에 이른다. 이런 수치만으로도 드디어 '작은 것이 강하다(Small is Powerful)'라고 단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