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서울지방법원 민사50부는 의미있는 판결을 하나 내렸다. 인포허브라는 휴대폰결제업체가 경쟁사인 모빌리언스를 상대로 낸 휴대폰결제관련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유료 콘텐츠를 이용하고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비즈니스 모델 특허가 너무 포괄적으로 해석돼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판결이었다. 이는 모빌리언스란 업체와 휴대폰결제시장에 IT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모빌리언스는 지난 3월 다날을 제치고 휴대폰결제시장 1위로 등극해 각광받고 있는 결제전문업체다. 불확실한 시장전망 속에서도 꿋꿋하게 시장을 키워왔고 특허분쟁이란 고비도 넘기면서 단연 '화제 0순위' 벤처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 경이적인 매출신장세 =2000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모빌리언스는 지난해가 사실상 사업 첫해였다. 누구도 성장성을 장담하지 못했던 휴대폰결제시장에서 이 회사는 1백20억원이란 놀랄만한 매출을 올렸다. 월별 매출로 보면 2000년 11월 3백40만원에서 지난달에는 70억원으로 2천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2백5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1.4분기에 50억원의 매출을 기록, 목표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이 회사의 집계에 따르면 모빌리언스의 시장점유율은 42.4%. 지난 3월 다날을 제친 다음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확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 전문성으로 승부한다 =라이벌업체인 다날이 캐릭터,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 등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데 반해 모빌리언스는 결제전문업체를 지향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80% 가량이 휴대폰.ARS(자동응답시스템) 결제 등 결제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회사 인력도 황창엽 사장을 비롯 대부분 이동통신 3사의 빌링(billing,결제)팀 출신들로 이뤄져 있다. 그런 만큼 시스템의 안정성, 고객사에 대한 세심한 서비스, 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이 고객사들에 어필하고 있다. 처음에는 리니지의 엔씨소프트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다날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웹젠 넷마블 NHN 등 대형 고객사들이 모빌리언스로 향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다지게 됐다. ◆ 미래를 꿰뚫는 혜안 =빌링사업은 인터넷 비즈니스의 '약방의 감초'로 통한다. 그러나 지난해초만 해도 이런 확신을 가진 빌링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신용카드 결제, 네트워크형 전자화폐 결제 등을 휴대폰결제가 압도하리라고는 쉽게 생각지 못했었다. 황 사장은 콘텐츠 유료화가 가속될 수밖에 없으며 빌링시장도 이에 비례해 성장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고(go)냐 스톱(stop)이냐'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던 사업초기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