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의 일본신용등급 하향은 충분히 예상됐던 조치다. 이에 따라 31일 일본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일본정부의 환시개입으로 엔화가치가 소폭 떨어졌을 뿐 시장의 반응은 담담했다. 그러나 위에서 6번째 단계인 'A2' 등급은 일본정부로서는 치욕적이다. 국가신용등급이 선진국대열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 G7중 최하위 등급으로 =이날 강등으로 일본신용등급이 선진7개국(G7)중 가장 낮은 국가로 전락했다. 한국과의 격차는 한단계로 좁혀졌다. 신용등급 A2는 키프로스 쿠웨이트 그리스 남아공과 같은 수준이다. 일본신용등급은 지난 1998년 11월까지는 최고 등급인 'Aaa'였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정부의 개혁이 부진하자 무디스는 그후 지금까지 신용등급을 4번 하향조정했다. 무디스는 "일본정부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국가부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일본의 엔화표시 채권 등급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일본정부의 빚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백30% 수준인 6백20조엔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1년전에 비해 50조엔 가량 늘어난 규모다. 무디스는 그러나 향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 당분간 신용등급을 더 낮출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적어도 연말까지는 추가 강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시장충격은 거의 없어 =무디스가 이날 오후 일본신용등급을 낮췄지만 시장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일본주가는 막판에 소폭 밀렸으나 강세기조를 유지했다.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23엔선에서 1백24엔대로 떨어졌지만 일본정부의 시장개입 때문이었다. 시장개입에 앞서 무디스가 신용등급 강등조치를 발표했을 때 엔화가치는 오히려 소폭 올랐다. 특히 장기신용전망이 종전의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격상된 것은 시장불안감 해소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관련, 일본 코스모증권의 사토 히로시 이사는 "무디스가 엔화 표시 채권 등급을 낮췄지만 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조치가 일본주가와 엔화가치의 상승발판이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