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FIFA 한일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지난 88년 서울 올림픽이 동서 화합의 장이 된 것처럼 이번 대회도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숙적에서 가까운 친구로" 우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세기 가량 갈등을 빚어온 한국과 일본,두 나라가 전 세계인의 화합과 평화의 축제를 함께 개최한다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때문에 각 나라가 승부 다음으로 관심을 가지는 게 바로 한일관계다. 주요 외신들은 월드컵 특집기사에서 한결같이 향후 한일 관계의 전망을 다루고 있다. 외국 언론들은 "한일 양국이 월드컵을 통해 새 역사를 쓰게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오랜 기간 갈등 관계를 한번에 씻어버리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FIFA가 오랜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을 "강제결혼"시켜 함께 대회를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타임지도 "FIFA가 맺어준 결혼"이라는 기사에서 "한국과 일본은 오랜 기간 서로를 싫어해왔으므로 이번 공동개최는 일종의 모험"이라며 "월드컵 지도부가 당초 한일 공동 개최를 생각했을 때는 두 나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동개최와 더불어 사상 최초로 아시아에서 대회가 열리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1930년 우루과이에서 1회 대회가 열린 이후 지금까지 16번의 월드컵이 치뤄지는 동안 아시아는 주변부만 맴돌았다. 물론 그동안 아시아 국가들의 축구에 대한 열기가 유럽과 남미만큼 뜨겁지 못한 것도 문제였지만 FIFA를 중심으로 한 세계 축구계에서 아시아권의 목소리가 약했던 게 사실이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월드컵,이는 곧 아시아가 세계 축구 무대의 중심에 한발짝 성큼 다가갔음을 의미한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