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28일 원천기술 특허소유자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효력을 내고 있는 1백20만건의 특허중 최대 90%가 이 판결의 영향을 받게 됐으며,미국과 같은 선발국들은 각종 특허침해 소송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 ◆변형제품도 특허침해=미국 대법원은 이날 "특허 소유권자는 '변형된 제품(modified versions)'에 대해서도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9대 0의 전원일치 판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연방순회고등법원의 '페스토 특허침해소송(Festo case)'판결이 '균등론(the doctrine of equivalents)'을 글자 그대로 지나치게 엄격히 해석한 잘못된 것"이라 지적하면서 이같이 판시했다. 균등론은 원천기술특허 및 제품과 동일하거나 거의 비슷할 경우에 한해서만 특허침해로 인정한다는 것으로 모든 특허소송의 기본 원칙이다. 대법원은 "글자 자구에 얽매여 균등론의 의미를 축소해석할 경우 발명자들의 기대이익이 줄어들어 개발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결취지를 설명했다. ◆페스토 14년만에 승리=지난 1988년 미국 산업기계메이커인 페스토는 일본 SMC가 자기(磁氣)실린더제조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특허소송 전담 연방순회고등법원은 2000년 11월 "SMC가 페스토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페스토 패소판결을 내렸다. 고등법원은 "균등론에 규정된 '특허의 수정부분(the amended part of the patent)'이라는 글귀를 엄격히 제한해서 해석해야 한다"며 균등론의 엄격한 적용을 강조했다. 일부 특허보유기업들은 이 판결을 '페스토 단두대'로 부르면서 "특허를 제대로 보호받기 어렵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페스토는 "고등법원이 법리해석을 잘못했다"며 대법원에 상고,이같이 유리한 대법판결을 이끌어낸 것이다. ◆특허소송 봇물 이룰 듯=미국의 경제뉴스전문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0년간 이뤄진 특허관련 판결중 가장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현지 특허전문 변호사들의 말을 인용,전세계에서 발효중인 특허중 90%가 이 판결의 영향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미국 국익을 노린 국수주의적 판결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원천기술을 많이 보유한 미국 선진기업들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판결이란 것이다. "하찮은 특허소송의 봇물이 터지게 됐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