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의 티후아나에 있는 마낄라도라(임가공 수출 특별구역)내 삼성 복합단지에서는 지난19일(현지시간) 조립라인별로 10여초만에 한대씩 TV, 컴퓨터용 모니터 등을 쏟아내고 있었다. 삼성의 해외진출 성공사례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이 단지는 멕시코내 다른 지역에 진출해 있다가 지난 96년 이곳에 공장을 마련, 이전한 삼성전자가 삼성SDI, 삼성전기와 상호 협력하면서 운영하고 있는 생산단지다. 복합단지의 매출은 지난 97년 4억5천만달러에서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해는 14억2천600만달러에 달했으며 올해도 역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94년 발효된 미국, 캐나다, 멕시코간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에 따른관세 절감 효과 등을 노린 전략이 나름대로 적중한 것이다.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실제로 지난 93년 429억달러에서 계속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와 재작년에는 1천476억달러로 2.44배 증가했으며 이는 상당부분 자유무역협정의 효과로 해석되고 있다. 앙헬 비야로보스 멕시코 경제부 차관은 이와 관련, "NAFTA이후 생산부문에서 시장을 개방하는 접근방식으로 본격 돌아섰다"면서 "자유무역협정으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고 수출이 증가했으며 업체들의 경쟁력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하에 멕시코는 계속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해 32개 국가와 10개의 FTA를 체결한 멕시코는 추가로 싱가포르와 협상을 벌이고 있고 일본과는 이미 민.관.학 공동연구회를 구성해 내달께 최종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그러나 멕시코의 FTA가 확산되면서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 업체들의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삼성 티후아나 복합단지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안주환 법인장은 "몇년전부터 마낄라도라에 적용돼온 수입관세 혜택 등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한국산 원자재 조달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역내국간에는 점차 무세화로 가고 있는 반면 역외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 부여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미 우리의 대 멕시코 주력수출 품목중 상당수가 멕시코와 FTA를 체결한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냉장고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산은 무세를 적용받는 반면 한국산은 20%의 관세를 물고있고 자동세탁기도 미국과 캐나다산은 0%인 반면 한국산은 15%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KOTRA 기현서 중남미지역 본부장은 이에 대해 "멕시코의 수입 관세는 우리 수출업체들에 큰 장벽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도 멕시코와 FTA를 체결해 미국이나 EU 수준의 관세혜택을 누리게 된다면 제품 경쟁력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FTA 체결 필요성에 대한 지적은 멕시코 현지에 진출해있는 대사관, 업체 등 모두 한결같았으며 우리 정부가 FTA 협상을 벌이고 있는 칠레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칠레에서는 특히 현재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우리 자동차 수출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었다. 현지 시장에서 우리 자동차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소형 승용차를 중심으로 25%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해 왔지만 칠레가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와 자동차 무관세 교역에 합의한데 이어 EU와는 최근 FTA 협상을 타결했고 미국과도 연내 FTA를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 가격 경쟁력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 차는 당장 내년부터 브라질에서 생산돼 무관세로 수입될 예정인 제너럴 모터스, 폴크스바겐 등 차량과의 경쟁이 더욱 힘들어질 예정이다. 현대종합상사의 김현진 산티아고 지점장은 "브라질산과 6%가량의 관세차이가 발생되는 내년부터는 대 칠레 자동차 수출이 아무래도 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우리 나라와 칠레와의 FTA 체결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칠레와의 FTA 협상은 당초 작년 상반기중 발효를 목표로 99년 공식 개시됐지만 우리 농업계의 반발 등으로 진척을 보지 못한채 협상 자체가 지연돼 왔으며 조만간 제5차 협상을 공식 재개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양국 정부간에 농업 부문을 둘러싸고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칠레 외교부의 오스발도 로살레스 국제경제담당 차관보는 지난 22일 사과와 배를 양허 예외대상으로, 포도는 계절관세 적용 대상으로 분류한 우리측의 최근 양허안에 대해 "사과와 배는 칠레의 주력 수출품목이기 때문에 이를 예외로 할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측 양허안이 최근 협상을 타결한 EU 양허안에 못미치는 수준이어서 현재까지 한국과의 협상결과를 갖고 의회 비준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초 포도 농가를 중심으로 한 국내 농업계의 반발이 협상 지연을 초래한 주요인이었던 만큼 이 부문에 대한 양국간 이견 좁히기가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한국과의 FTA 체결을 희망하는 칠레과일수출협회는 우리 농민들을 의식한듯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이 협회 로널드 바운 회장은 "수출시장의 현지 농민과 직접 경쟁을 원하지 않고 현지재배 과일들을 대체하려는게 아니라 보충하자는게 협회 입장"이라며 "현재도 사과는 6개월 저장할 수 있지만 신선과일 공급 원칙하에 그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에서 살펴본 칠레산 포도나 사과의 경쟁력은 재배시기가 우리 나라와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국내 농업계의 입장에서는 위협적일 수 밖에는 없는 것으로 보였다. 칠레는 세계적인 과일 수출국으로 지난해의 경우 미국 등 70여개국에 75가지 이상의 과일을 모두 16억달러 가량 수출했으며 특히 포도는 세계 수출 1위, 사과는 2위권을 기록했다. 23일 산티아고 남쪽 20㎞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로바제도르 농산물 시장. 도매시장이기는 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상등품으로 팔릴 사과가 개당 100원 이하로 거래되고 있었으며 국내에서는 백화점이나 호텔 식당을 통해 일부 유통되고 있는, 껍질까지 씹어먹는 고급종 포도 역시 20㎏ 1상자당 7천원 가량에 팔리고 있었다. 우리 농민들의 어려운 입장을 생각하면서도 품질 대비 가격을 살펴보면서 "그동안 경험상 FTA 체결이 양국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켰다"는 칠레과일수출협회측의설명이 어쩔수 없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멕시코시티.산티아고.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