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냐 교리냐.' 고유가 덕분에 주머니가 두툼해진 아랍 금융계에 현안이 하나 생겼다. 돈을 굴리자니 고리대금을 금하는 이슬람 율법체계인 샤리아(Shariah)에 저촉되는 일이 잦고,율법을 지키자니 투자대상이 마땅치 않아서다. 특히 세계증시의 변동이 심해 자칫 '원칙론'만 고수하다간 수익은 고사하고 대규모 손실을 면키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올 1월 현재 이슬람 펀드는 1백5개,자산규모는 33억2천3백7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유가강세 행진이 지속된다면 이슬람 펀드 수는 1백50여개,자산규모는 사상 최대인 2000년 수준(49억1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국제금융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돈은 넘치는데 투자금기 업종이 많아 아랍권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리대금을 금하는 율법에 따라 금융기관 주식은 살 수 없다. 담배 술 도박 돼지고기 등을 생산하거나 운영하는 업체에 대한 투자도 금기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제약업체 주식의 경우 피임약이나 낙태약을 만든다고 해서 기피대상이다. 신산업으로 각광받는 영화 음반 등 엔터테인먼트 업체도 이슬람 율법으로 보면 대부분 음란물 생산업체여서 투자가 불가능하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