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의 회의실이 테러 등 극단적인 위험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작은 기지'로 바뀌고 있다. 미 경영자들이 신변안전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어서다. 불황을 겪으면서 주가급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나 해고통지를 받은 종업원들로부터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뉴욕에 있는 고급 인테리어업체인 가프코는 올들어 고객 기업들의 회의실을 6군데 개조했다. 실내를 멋지게 꾸며 준 게 아니라,최소 30분간 총격에 견딜 수 있는 방탄시설을 설치했다. 밀려있는 주문만도 28건에 이른다. 테러공포증이 '방탄 인테리어'란 신사업을 탄생시킨 것이다. '방탄 회의실'의 겉모습은 고급목재로 치장된 여느 기업 회의실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천장과 사방 벽은 물론 문도 방탄이 되도록 설계돼 있다. 벽장에는 방탄조끼, 산소마스크, 충전된 휴대폰, 상비약 등이 구비돼 있고 프리젠테이션 스크린은 외부상황을 폐쇄회로 TV로 볼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9·11테러 이후 테러위험이 가중된 데다 최근엔 추가 테러위협까지 커지고 있어 회의실의 기지화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