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8개 손해보험사에 대해 임·직원 문책,대리점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내린 것은 업계에 퍼져 있는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감독 당국이 불법영업을 이유로 보험사 대표를 해임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보험가입 대가로 보험사가 주는 리베이트는 결국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대다수 보험계약자가 피해를 떠안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불법으로 리베이트 재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보험사의 경영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리베이트 등 불법영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를 벌이는 한편 징계 강도를 높일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불법영업 실태=손해보험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은 업체간 과당경쟁의 산물로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손보사에서 광범위하게 부당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쌍용화재는 판매촉진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서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78억3천만원을 별도로 관리해 왔다. 쌍용화재는 이 자금중 60억원을 대리점에 편법 지원하고 7억원은 경비로 썼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임직원이 1억7천만원을 임의로 꺼내 쓴 사실이 드러나 검찰로 넘겨졌다. 이 회사는 또 자동차보험 계약을 맺은 4천5백여명에게 주유권과 현금 등 2억5천5백만원의 금품을 리베이트로 제공했다. 삼성화재는 시중은행과 저당물 손실보상보험 계약을 맺으면서 임차료 명목으로 1천6백만원을 부담,거래 은행에 부당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특정대리점에 자동차보험을 넘겨주면서 1억6천만원을 부당하게 대리점 수수료로 지급한 것이 밝혀졌다. 제일 동부 등은 자동차보험과 상해보험 가입자에게 각각 3천8백만원,1천7백만원씩 부당하게 보험료를 깎아주다 적발됐다. 무자격자를 모집인으로 고용해온 보험 대리점도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삼성화재와 계약을 맺은 한 대리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1명의 무자격 모집인을 통해 2천2백여건의 자동차보험 계약실적을 올렸다. 이 대리점은 모집인들에게 1억6천만원의 수수료를 줬다. ◆리베이트 근절방안=금감원은 손보사들의 불법 영업을 뿌리뽑기 위해 위해 징계수준을 강화하는 등 관계법령을 바꿀 방침이다. 불법영업으로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현행 처벌수위를 3년 이하 징역이나 최고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수시로 현장 검사를 실시해 특별이익을 통한 불법 영업을 했는지 여부를 파악할 계획이다. 특히 리베이트 등 부당이득을 얻은 사람이나 단체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규를 바꾸기로 하고 관련부처와 협의할 방침이다. 신달수 금감원 보험검사국장은 "인터넷 등을 통한 보험료 부당할인 행위가 여전하고 특히 일부 보험사는 더욱 교묘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며 "보험영업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지속적인 검사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업계 반응=대부분의 손보사들은 리베이트를 근절하려는 감독당국의 의지를 반영해 최근 자정 노력을 기울여왔다.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사업비를 크게 낮춘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은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손보사 최고경영자들도 투명한 영업관행을 정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리베이트 관행이 잘못된 것이지만 일부 중소형사에 대한 중징계는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당국이 조사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리베이트 수수 등을 적발하지는 못하고 부외자금 조성을 문제삼아 철퇴를 내렸다는 지적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