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대구지역에서는 기대했던 '월드컵 특수'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월드컵 개막을 1주일 앞둔 24일 현재 관광호텔 31개소를 비롯한 대구지역 월드컵 지정숙박업소(World -Inn) 600개소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예약률을 보이는 등 월드컵을 앞둔 들뜬 분위기는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대구지역 최고급 호텔 중 하나인 I 호텔의 경우 대구에서 경기가 열리는 다음달6, 8, 10일을 전후해 예약이 다소 밀려 있을 뿐 그 외에는 대체로 하루평균 60∼70%의 예약률에 머무는 등 평소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P 호텔 또한 최근들어 예약 문의가 하루 평균 3∼4통씩 걸려 오고 있으나 대구경기 기간 3∼4일 가량을 제외하고는 예약 문의가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투숙률(60%) 또한 평소와 다름 없으며 투숙객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도중국, 일본, 대만의 단체 관광객이나 바이어 등 월드컵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구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사람들도 외국인 1천여명을 포함 하루 평균 7천여명에 달하고 있으나 이 역시 평소 수준에 불과하다. 대구 경기의 입장권 또한 한국-미국 전을 제외한 덴마크-세네갈, 남아공-슬로베니아 전(戰)의 1등석이 각각 40장, 70장이 남아 있고 3,4위전 입장권은 1∼3등석 170장 정도가 남아 있어 대구시 차원의 필사적인 판매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일정에빠듯하게 판매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입장권 판매나 숙박업소 투숙, 공항 이용 등은 대구 경기 기간을 전후해'반짝' 특수나마 맛볼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대구지역 중소기업체들에게 월드컵 특수는 그저 '먼 나라 얘기'다. 21개 업체에서 18개 제품을 생산하는 대구시 공동브랜드 'CHIMERIC(쉬메릭)'의경우 올들어 일찌감치 월드컵 로고나 문구(文句) 사용을 포기했다. 라이선스 대행업체가 각 제품마다 평균 1억 5천만원 정도의 로열티를 요구해 오는 바람에 모두 30억원 가까운 로열티를 지불할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중소기업청은 대구지역 월드컵 유망기업 31개 업체를 선정했으나 FIFA 대행업체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제품에 월드컵 로고를 사용, 판매에 나선 기업은 병따개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체 한곳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는 문화 행사에도 영향을 미쳐 내달 초 열릴 예정인 동성로 축제 때도 월드컵 분위기를 낼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퀴즈 열전, 월드컵 참가국 민속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으나 월드컵 마크와 대회 명칭, 마스코트 등의 지적재산권과 상업권을 FIFA가 독점하고 있어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엄청난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곳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이 잉글랜드 등 유럽 국가와의 친선 경기에서 선전하자 시내 주요 백화점의 월드컵 매장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급증하고 있다. 동아백화점 쇼핑점, 수성점의 월드컵 매장, 스포츠 용품 매장의 경우 지난 21일잉글랜드와 무승부를 기록한 직후부터 월드컵 로고나 관련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휴대폰 줄 등 액세서리류와 축구화 등의 매출이 50% 이상 늘었으며 전자매장에서는29, 42, 47인치 등의 고화상도 TV가 100대 가까이 팔려 평소보다 두배나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월드컵 로고가 새겨진 물품의 매출 증가는 FIFA와 외지 업체들의 수익증가로 이어질 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등 대구지역의 '월드컵 특수'는자칫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지 모른다는 우려의 시각도 만만찮다. (대구=연합뉴스) 김용민기자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