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연강판 제조업체들이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냉연업계의 이같은 어려움은 ▲중국의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로 인한 내수의존 구조의 심화 ▲냉연제품 가격인상의 한계 ▲원자재인 열연강판의 가격상승 등 3가지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냉연업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자율적인 설비감축과 제품 특화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中 세이프가드로 내수의존 심화 = 중국의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로 국내 냉연강판 제조업체들이 당장 받을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국내 냉연업체들이 중국에 수출하는 철강재가 중국기업의 재수출용 원자재로 쓰이는 경우가 많고 중국내 생산량이 부족한 고급 냉연강판이 수출물량의 상당부분을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EU(유럽연합)에 이어 중국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하면서 국내냉연업체들의 수출이 더욱 위축되고 내수의존형 매출구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은커지고 있다. 포스코와 동부제강, 현대하이스코, 연합철강 등 4대 냉연업체의 지난해 냉연제품 생산량은 총 1천274만t으로 이중 43%, 552만t만이 해외로 수출됐다. 더구나 올들어서는 1.4분기 철강 수출량이 지난해 1.4분기에 비해 13% 감소하는등 철강 수출이 위축되고 있어 냉연제품 판매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건설, 가전, 자동차 등 국내 수요산업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위축을 커버해 주고 있지만 이들 산업의 경기가 둔화될 경우 국내 냉연업체들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원가는 오르지만 가격인상은 '한계' = 내수의존도 문제지만 국내 냉연산업의더욱 큰 문제는 세계 철강경기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는 점에 있다. 지난 97∼99년 경쟁적으로 설비를 증설한 결과 연산 1천400만t의 '거대'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 국내 냉연업계는 수출시장에서의 출혈경쟁으로 제값받기를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2000년 371달러였던 냉연강판의 수출가는 지난해 284달러로 하락했으며 올해 1.4분기에는 244달러 수준으로 더 떨어져 가격하락폭이 34%에 이른다. 같은기간 열연강판의 수출가(276달러->203달러) 하락폭은 26%에 지나지 않아 냉연제품의 공급과잉에 의한 가격 폭락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롤마진(Roll Margin, 원재료인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의 가격차이)이 100달러는 돼야 냉연업체의 손익을 맞출 수 있지만 국내외 수요업체의 반발로 가격인상에 한계를 겪고 있다는 점. 여기에 일본 철강업체들이 열연강판 수출가격을 3.4분기 20∼30달러 인상하려고시도하는 등 열연강판 가격이 전세계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면서 냉연업체들의 시름이깊어지고 있다. 한 철강전문가는 "냉연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지난해 철강 불황때 냉연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결과"라며 "내수증가만 기대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비 감축과 업체별 제품 특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