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는 은행 및 공기업 민영화와 노동부문 개혁 등 현 정부의 마무리 정책과제들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전윤철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유 은행의 민영화가 그 어떤 것보다도 시급한 과제"라며 은행 민영화 속도를 최대한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외 국가신인도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불법 파업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등 노동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전 부총리의 주제발표 및 포럼 참석자들과의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 전 부총리 =한국 경제는 지난 1.4분기에 예상보다 높은 5.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성장의 질을 따져봐도 지난해에 비해 한결 나아졌다. 작년에는 민간소비와 재정지출 확대에 대부분 의존했던데 비해 최근에는 수출과 설비투자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달 초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한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잡기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한다. 사전에 미세 조정을 한 셈이다. 그러나 저금리 등 거시경제정책의 기본틀은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다. 미국 일본 등 해외 경제가 아직 본격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경제 혼자서 전진해 나가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미국 경제는 아직도 소비심리가 완전히 되살아나지 않았고,일본 경제는 최근 11년 만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지만 재정적자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거시경제정책 운영에 한계가 있는 형편이다. 이 자리를 빌려 기업인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불황기만 되면 연구개발(R&D) 투자에 인색해진다. 외국기업들은 경기가 나빠도 수익의 10%를 R&D에 투자하며,이중 10%는 기초기술 연구에 할애한다. 국내 기업들도 R&D를 비롯한 투자에 기복이 없어야 호황기가 되찾아 왔을 때 그 과실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최근 원화 환율이 너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다. 환율은 기본적으로는 국가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급속한 하락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 등과도 심도있는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 조동성 서울대 교수 =재경부에는 산적한 이슈들이 많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제일 중요한 현안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 전 부총리 =현 정권의 남은 8개월 동안은 은행 민영화에 집중할 생각이다. 서울은행을 사려는 대기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서울 조흥 우리금융 등의 민영화를 서둘러 시장 불안요인을 제거하겠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채권단 등 당사자간 협의로 결정해야 할 문제다. 독자생존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은행들이 70%의 충당금을 쌓은 상태에서 신규 자금지원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 전광우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은행 민영화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들의 조화가 이뤄지는 소유구조가 바람직하다. 올해 선거 등 정치일정과 관련, 개혁이 느슨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상대적으로 성과가 적은 노동부문이 걱정거리다. ◆ 전 부총리 =경영자는 투명하게 경영내용을 보여줘야 하며, 노동자들도 '파이'를 키우는데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은 최소화하더라도 민사책임은 엄격히 묻겠다. 봉급과 퇴직금 가압류 등의 조치도 취하도록 하겠다. 노동계도 신뢰를 보여줘야 할 때다. ◆ 김일섭 이화여대 교수 =정부가 민영화의 시한을 정해놓고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시장은 부실기업에 대해서 가격으로 반응한다.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 전 부총리 =과거 팽창위주 시대에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로 금융회사가 사금고화되고, 부당 내부거래의 창구가 된 전례가 있다. 그렇다고 은행 민영화에 국내 기업 컨소시엄의 참여를 막자는게 아니다. 법적인 요건이 맞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