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KT 최대주주로 부상함에 따라 정보통신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통신시장 3강구도로의 재편 정책에도 빨간 불이 켜진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이 당장 KT 경영권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양대 강자가 "살을 섞었다"는 사실만으로도 3강구도가 충분히 와해될 수 있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KT 민영화를 계기로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보다 강도 높은 규제정책을 실시,3강체제 구축을 앞당기는 결과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신을 주력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LG의 움직임이 관심 대상으로 내달 11일 입찰이 예정된 파워콤 경영권을 누가 가져 가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2강체제 노리는 SK=1위 사업자로 고객이 흡수되는 '쏠림현상'을 막고 3강체제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3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5∼20% 정도는 돼야 한다. 현재 시내·시외·국제전화 등 유선시장에서는 KT가 50∼97%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에서도 53.1%를 차지한 SK텔레콤이 계속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등 현실에선 3강체제 구축이 멀어져가는 추세다. 유·무선의 1위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의 융합은 앞으로 이들의 시장 지배력을 훨씬 높일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이 KT 주식 공모에 참여하면서 '2강체제 확립을 위해'라고 밝힌 점은 후발사업자의 추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거세질 정부 규제=이같은 통신시장 독점 우려에 대해 정통부는 강도 높은 규제조치를 예고했다. SK텔레콤이 KT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KT 정관을 고쳐 이사회 참여를 배제하고 기업결합을 허용하지 않으며 인수합병(M&A) 기도를 막을 수 있는 전환우선주를 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에 대해 후발사업자들이 가입자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개방하고 요금인가제를 실시하는 등 공정경쟁을 벌일 수 있는 실질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통신업체인 AT&T의 통신시장 독점 폐해가 커지자 기업분할 명령을 내려 회사를 몇 개로 쪼갠 적도 있다"며 "정부로선 공정경쟁을 보장할 여러 규제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또 LG가 KT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3위 사업자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구 중이다. ◆주목되는 LG 행보=LG는 이번 KT 민영화에서 전략적 투자자 자격에 못 미치는 2.28%의 지분에 투자하고도 사외이사를 파견,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LG로선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결과다. LG는 또 계열사인 데이콤을 통해 KT와 맞먹는 통신망을 가진 파워콤 인수를 추진 중이다. 데이콤과 2파전을 벌일 하나로통신의 대주주도 LG(17% 지분 보유)여서 누가 파워콤을 인수하든 LG의 입김이 작용할 전망이다. 데이콤 관계자는 "입찰에서 파워콤 인수에 성공해도 하나로통신이나 온세통신,외국업체 등을 아우르는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데이콤이나 하나로통신이 파워콤을 인수하게 되면 LG는 유선(데이콤 하나로통신 파워콤)과 무선(LG텔레콤)을 아우르는 종합 유·무선 통신사업자로 커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