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업체의 시공으로 멕시코 북부카데레이타에 이어 중부 멕시코만 연안의 황무지나 다름없는 마데로시(市)가 첨단정유시설단지로 탈바꿈했다. 지난 99년 멕시코 국영석유회사(페멕스)의 마데로 정유공장 현대화 프로젝트를턴키베이스 방식으로 12억달러에 수주한 SK건설은 착공 3년만인 20일 현재 13개 신규공장과 4개 보조공장 신설 및 7개 기존공장 개.보수 작업의 완료와 동시에 모든공정에 대한 시운전에 들어갔다. SK건설은 시운전이 마무리되는대로 오는 8월말쯤 페멕스측에 마데로 정유시설단지의 전체 운영키를 넘길 예정이다. 지난 2월 공사금액 13억달러 규모의 카데레이타 프로젝트를 완공한 이래 SK가멕시코에서 이룬 두번째 쾌거라고 할 수 있다. 하루 20만배럴의 마야 중질원유 정제능력을 지닌 이 공장이 본격가동되면 멕시코는 카데레이타공장(하루 23만5천배럴 처리) 등의 가동과 더불어 하루 98만배럴의정제유 수입 대체효과를 얻게 된다. 또 영세적인 수산업외에 이렇다할 산업기반이없었던 마데로는 이 프로젝트의 완공으로 정유도시로 우뚝 서게 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각종 유관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478억배럴의 원유 매장량과 하루평균 300만배럴의 산유량으로 베네수엘라와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8대 산유국인 멕시코는 노폐된 정제시설과 투자미비로 미국으로부터 하루 150만배럴씩 정제유를 역수입해왔다. 더구나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10달러선에 머물 때는 높은 유황 함유도로 정제 비용이 더욱 비싸게 먹히는 멕시코산 마야중질유가 외면당하는 사태에 이르자 멕시코 정부는 90년대 중반부터 정유시설 현대화 사업을 서두르게 됐다. 독일의 지멘스와 멕시코의 트리바사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지난 98년 페멕스가 발주한 멕시코사상 최대규모의 정유공장 현대화사업 국제입찰에 참여한 SK건설은 미국과 일본, 이탈리아 등의 쟁쟁한 컨소시엄을 물리치고 카데레이타와 마데로프로젝트를 각각 13억달러, 12억달러에 수주했다. 참여지분은 플랜트 기본설계와 금융조달, 기자재 공급, 시공, 조업지도 등을 맡은 SK건설이 75%, 발전설비 시공을 맡은 지멘스가 25%였으며, 명목상 참여회사였던 멕시코 업체는 그뒤 도산으로 자연탈락했다. 마데로 정유공장 프로젝트가 시공부터 시운전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이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곳곳에서 예상치 못했던 `암초'에 부딪히면서 공사중단등 공정이 일부 지연되고 재정적으로도 적지않은 손해를 입었다. 특히 중장비 통과시 도로파손 가능성과 공사허가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려는 마데로 시청과 용접기술이 현지인보다 훨씬 나은 제3국 근로자들을 현장에 투입한데반발한 노조의 집요한 방해공작, 주민들의 보수.배타적 정서에 편승한 지역언론의왜곡보도로 지난해 상반기엔 큰 곤욕을 치렀다. 전체 기능인력의 10% 이내에서 제3국인을 고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음에도 한국업체의 마데로 프로젝트 수주를 시기한 멕시코 건설협회와 상공회의소 등도 노조와 언론을 동원, 조직적으로 음해공작을 폈다. 심지어는 "외국인근로자때문에 마데로 일대에 에이즈와 동성연애가 확산되고 있다" "SK의 진출로 현지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실업이 증가했다"는 등 터무니없는 왜곡보도까지 등장했다. 그 결과, 시청과 노조가 공사현장 출입문을 봉쇄하고 이민국 직원들이 SK건설한국인 및 제3국인 근로자를 마구잡이 연행하거나 강제추방하는 사태가 발생, 한때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나 험악하던 분위기는 이들이 SK측으로부터 약 400만달러를 뜯어낸 뒤에야 가라앉기 시작했다. 기술적으로는 아스팔트 원료인 타르 생산 및 증유공장(딜레이드 코우커 플랜트)터의 부실한 지반으로 인한 지반 보강공사와 옛 공장에서 마구버린 원유 찌꺼기가지하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공사기간과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소요됐으나 차질없이마무리됐다. 어쨌든 부정적이던 여론도 시간이 흐르면서 연인원 13만8천여명의 현지인 고용창출과 시공기술 이전 및 기능공 양성, 멕시코산 기자재 구매(약 1억달러) 등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한데다 각종 사회단체를 상대로 한 기부활동(매년 6만7천여달러)이 활기를 띠면서 침묵 또는 긍정으로 바뀌었다. 특히 공정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면서 마데로의 첨단 정유시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전직원이 휴일도 잊은 채 수개월씩 현장에 매달리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한국기술의 우수성과 한국인들의 근면.성실을 입을 모아 칭찬하는 입장이 됐다. 마데로공장 시공동안 미모의 현지채용 멕시코 여성 6명이 SK건설 및 협력업체직원들과 `사내커플'의 인연을 맺은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만 볼 수 없다. SK건설은 카데레이타에 이어 마데로 공장의 키를 넘겨주면 페멕스가 금년말 또는 내년초 발주하는 하루평균 20만배럴 생산규모에 공사비가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미나티틀란 정유프로젝트 입찰에 다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SK건설 마데로현장 총책임자인 박경진 상무는 "착공당시 마데로는 차량과 사람통행이 별로 없을 정도로 황무지나 다름없었으나 완공무렵인 요즘은 교통체증이 생길 정도로 활기찬 도시로 변했다"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마데로와 카데레이타 정유공장 시공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한국기술의 저력을 과시한 동시에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