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의 베트남신화가 진출 10년만에 뒤늦게 부활조짐을 보이고있다. 90년대 초 김우중(金宇中) 회장의 세계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사회주의 베트남에 10억 달러에 가까운 거액을 쏟아부었던 대우는 그룹이 경영악화로 채권단의 손에 넘어간 뒤에서야 그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 베트남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최고급 호텔 대우하노이호텔(1억7천740만달러)과 오리온전기의 오리온하넬(1억7천100만 달러) 대우전자(5천200만 달러) 등 모두 20개프로젝트에 대우그룹이 직접 또는 합작으로 투자한 총액은 당초 계획 10억 달러에서 그룹의 위기로 투자가 중단되거나 시작을 못한 3억 달러 정도를 뺀 6억4천여만 달러정도.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우의 이같은 베트남 투자가 지난해부터 프로젝트별로 서서히 열매를 맺어 차입금과 자본금상환을 시작함으로써 이제는 국내기업들의부실과는 반대로 그룹의 회생을 도우는 효자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다. 그룹이 채권단의 손에 넘어가면서 추진이 보류(4건)됐거나 사업권을 반납(4건)한 8개 프로젝트를 제외한 가동중인 12개 프로젝트가 대부분 흑자를 내기 시작한 것. 그 중에서도 한국의 상징이면서도 지나친 투자로 흑자전환이 불가능할 것이라던 대우호텔이 최근 미-베트남무역협정의 발효와 국내기업들의 베트남 진출 붐을 타고손님이 몰려들면서 단숨에 흑자로 돌아선 것은 대우의 베트남 투자가 결코 무모한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있다. 실투자액이 차입금 1억3천만 달러에 자본금 3천만 달러로 총 1억6천만달러였던 대우호텔은 아시아의 경제위기로 99년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이자에도 못미치는 1천300만달러까지 떨어졌으나 지난해부터 서서히 개선되기 시작, 1천500만달러로 회복됐고 올해는 1천800만달러로 급등할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은 연초 미국과의 무역협정이 발효되면서 베트남의 전반적인 경기가살아나고 미국과 유럽의 방문객들이 늘기 시작함으로써 가능하게 됐다. 아울러 지난 해부터 대한항공이 한국과 하노이의 직항노선에 투입되고 오는 6월말에는 일본항공까지 하노이를 직항하게돼 한국과 일본의 관광객들이 부쩍 늘어나게 됐다. 호텔 객실점유율이 지난 해 초의 30% 수준에서 지금은 70% 선까지 올라간 대우호텔은 그동안 줄였던 종업원들을 다시 뽑고 식당도 모자라 증설을 계획하는 등 손님들이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 투자기업중 가장 규모가 큰 오리온하넬(사장 이석하)은 베트남 북부에서 합작투자기업의 모델로 꼽혀 베트남을 찾는 외국 VIP들의 산업시찰코스로 지정된 곳이다. 95년에 브라운관 생산을 시작해 99년부터 본격적인 흑자를 내기 시작한 오리온하넬은 지난해까지 차입금 1억달러를 모두 상환했고 인력과 자금 부품의 현지화에성공해 올해는 베트남정부로부터 수출진흥상을 받기도했다.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대우전자(법인장 김홍업) 역시 지난 해부터 베트남 내 가전제품 수요가 급격히 늘어 지금은 생산이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우자동차의 현지투자기업인 대우비담코(대표 김정인)는 당초 베트남군과 65%대 35%의 투자를 했으나 경영합리화를 위해 지난 해 지분을 100%로 사들인 뒤 흑자를 내고있다. 94년부터 99년까지 파트너측의 지나친 간섭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대우비담코는김정인 사장의 결단으로 베트남의 지분을 인수한 뒤 베트남내 승용차판매 1위, 이라크에 버스수출, 하노이 시내 버스공급 등 큰 성과를 올리면서 지난 해는 차입금을상환하고도 자본금 이상의 흑자를 냈다. 대우가 호치민에 투자한 농약공장과 타포린공장 등도 일찌감치 흑자를 내는 등대우그룹의 베트남투자는 전체가 흑자를 기록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올리고있어 90년대 이루지 못한 대우의 베트남신화가 다시 시작되는 조짐까지 보이고있다.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 특파원 kh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