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외국과의 무역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무역촉진권한(TPA)'이 사실상 사라졌다. 이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하고 있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상(도하라운드)의 앞날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유명무실해진 TPA=미국 상원은 14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강력히 요구해온 TPA(Trade Promotion Authority)법안을 일부 수정한 뒤 승인했다. 상원은 '행정부가 체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내용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TPA를 사실상 유명무실화시킨 것이다. TPA의 본래 취지는 미 행정부가 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의회가 '수정'요구없이 단지 '가부'여부만을 결정토록 해 무역협상을 신속히 타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정안이 시행되면 의회는 행정부가 체결한 무역협정 내용을 수정할 수 있어 그 결과에 따라 미 정부는 외국과 협상을 다시 벌여야 하는 입장에 놓일 수도 있게 된다. TPA는 과거 '패스트트랙(신속협상권)'을 부시 행정부가 새롭게 부르는 용어로 1994년말 시한이 만료된 이후 지금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도하 라운드 암운=부시 대통령은 TPA 수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TPA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의회는 협정내용 수정권한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도하라운드 협상이 원활하게 전개되기는 어려워졌다. 그동안 유럽연합(EU)과 한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은 미 행정부에 TPA부활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TPA가 없으면 미 행정부와 체결한 협정이 미 의회에서 수정될 수 있어 번거롭다. 미 의회가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체결될 도하라운드 협정을 수정할 경우 세계 각국은 재협상에 들어가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미국정부가 패스트트랙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